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자를 중심으로 전문건설 현안에 대한 기고를 싣던 ‘건정연 리포트’를 이번 호부터 ‘연구원 리포트’로 확대 운영합니다. 건정연 외에 건설기술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의 소속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실을 예정입니다. 건설기술, 하도급 등 더 다양한 분야의 연구 내용을 독자 여러분께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은 지난 10월 16개 연구기획사업 신규과제 공모 중 ‘장수명주택 정착을 위한 핵심기술 및 시스템 구축 실증개발 기획’이 포함돼 있다.

장수명주택은 꽤 오랫동안 여러 명칭으로 불리면서 지속되고 있다. 1970년 서울 당산동 강변 시범아파트를 장수명주택 계획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단지형 아파트 시작이 1962년임을 감안할 때, 장수명주택이 아파트와 같이 시작됐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장수명주택이 왜 아직도 ‘장수명주택 정착’을 위한 기획과제로 발표되는 지지부진한 상황일까?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 주택이란 주거생활을 담는 그릇임과 동시에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재화이기 때문에 장수명주택의 내구성, 가변성, 수리 용이성이라는 여러 이점은 주택을 선택하는 여러 요인 중 하위 선택요인으로 밀려나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장수명주택을 구성하는 요소기술의 발전에 대한 지원 등 제반여건을 위한 지원방안의 부족이다. 건설업체가 장수명주택인증제도에서 우수등급을 받을 경우 지원받는 용적률과 건폐율 이외 추가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장수명주택의 요소기술은 서포트(support)와 인필(Infill)이다. 서포트는 구조체이면서 제시된 내구성을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 관건이며, 인필은 가변과 수리 용이성을 확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인필은 ‘비내력 경량벽체, 건식바닥 인필, 천장 인필, 욕실 인필’ 등으로 구성되며 공장 제작과 현장 시공작업을 거친다. 즉, 제조와 시공이라는 업역에 걸쳐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규정하는 건설업의 업무내용에는 ‘제조된’ 패널, 타일, 부품 등을 시공하는 것으로 ‘제조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인필의 성능이 일정수준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기능공의 기능수준에 의존해 성능이 일정하지 못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생산-유통-사용(시공)’의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지지 않으면 인필의 활성화는 요원할 것이다.

또 인필은 제조와 시공을 아우르는 것으로 시공의 최전방에 위치한 전문건설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지원방안에는 ‘전문건설업의 업종별 업무내용에 시공 이외 제조업무 추가(예: 지붕판금·건축물조립공사업), 장수명주택 시공시 하도급 낙찰률 상향 조정, 간접비 항목에 장수명주택 공사비용 산정, 조달청 나라장터 발주시 물품과 공사발주 항목 선택 가능’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세종시 2-1생활권 M3블록 공동주택의 1080세대 중 116세대가 장수명주택 실증단지로 준공됐다. 어쩌다 보니 건설된 1970년의 장수명주택이 아닌 본격적으로 계획된 장수명주택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장수명주택 요소기술을 위한 전문건설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장수명주택의 정착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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