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처벌 강화 일변도의 레이스가 시작된 듯하다.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 처벌 수위를 더 높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여기에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규정을 위반한 시공사 대표를 형사처벌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까지 추가로 발의됐다. 누가 더 센 법을 발의하느냐를 놓고 경쟁이라도 벌어진 것인가. 건설사들은 숨통이 조여오는 듯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사망사고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기업과 경영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6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지난 10일 이에 연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박 의원 안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안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법인과 사업주, 경영책임자는 물론 관련 공무원까지 형사처벌과 동시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정의당 안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을 3년 이상 유기징역 등으로 강화했고 손해액의 최대 10배를 물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박 의원 안은 근로자 사망 시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법인은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연초 시행된 산안법 개정안 자체도 처벌이 대폭 강화됐었다. 사망사고 시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턱없이 센 처벌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할 경우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약 550만원), 미국은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1만 달러(약 120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안법 개정 후 6개월 동안 사망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5명, 사고재해자 수는 3.5% 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안전사고 줄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방법 나름이다. 급하게 서두르기보다 시간을 두고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원청과 하청 간 안전관리 역할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원청은 하청의 안전보건활동을 지도·지원하면서 정보제공 및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관리비용이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안전관리비가 공사비에 제대로 책정돼야 한다. 처벌위주에서 예방과 인센티브 제공 같은 선제적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라면서 가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안전 감독 전담조직 구성과 추락 위험 현장에 대한 신고 의무화 등 상시 점검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특별’, ‘특단’ 같은 수식어를 붙여 세게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칫 과잉·중복 처벌이 될 수 있다. 다행히 국회 논의과정에서 처벌 위주보다는 예방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고 하니 끝까지 희망을 걸어본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