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성실해야 하고, 전문성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올바른 국가관과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과 의지력이 뚜렷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입자이거나 1주택자여야 하며 다주택자는 안 됩니다”라는 가상의 직원 채용 안내문을 공지할 만한 청와대의 심정을 상상해 본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죽하면 공직자의 주택 소유를 제한하려는 절박함이 있을까.

주택시장 안정화와 주거복지 향상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일관된 정책이다. 역대 최강도의 주택시장 규제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시장의 흐름은 정책의 손아귀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듯하다. 정책의 기대효과가 제한적인 현실에 정부만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인 국민은 더욱 혼란스럽다.

부동산 중에서도 주택은 단연코 가까이하고픈 ‘친구’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이슬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자산가치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두 얼굴을 드러낸다. 나의 안식처와 자산이 될 때는 반가운 친구이지만, 내 소유의 주택이 없을 때에는 그림의 떡 정도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던져주며 나를 외면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친구가 등 돌렸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다시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개인이 주택을 선택할 때에는 자산가치와 주거가치를 한 다발로 묶어서 판단한다. 이왕이면 자산가치가 올라갈 집에 살고 싶어 하거나 살고 싶은 집이 자산가치가 올라가길 바란다. 특히 가격 변동성과 주거 편리성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보존 가치가 높은 고택이 아니라면 가격이 떨어질 주택을 구입해 거주하기에는 주저할 것이다. 주거 여건이 무척 불편한 주택의 자산가치를 높이겠다고 구입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랄 수는 없다.

물론 개인에 따라 상대적 비중의 차이는 있다. 그렇지만 주택의 자산가치와 주거가치를 분리해서 어느 한쪽만을 고려해서 주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마치 쌍둥이 형제에게 각자 부모를 데리고 오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가 점유율은 2019년 기준으로 58.0%이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들의 61~65%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는 아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주거가치가 특별히 낮고 자산가치만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은 주택에서 자산가치와 주거가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인 철학이 된 결과이다. 인간다운 삶의 기본권인 주거권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투기 세력을 축출함으로써 시장의 안정화가 정착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투기꾼의 입맛에 맞춰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하라고 부추기는 건설업체의 잇속 차리기도 몰아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로 여겼다. 그러나 이념적 판단과 현실적 움직임은 달랐다. 투기 세력과 투자 세력을 구분하기도 어렵지만, 자산가치와 주거가치의 쌍둥이를 떼어내기란 더 어렵다. 주거가치에 공급하는 영양소는 자산가치에도 흘러가고, 자산가치를 고사시키면 주거가치도 고사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공부할 때와 놀 때 모두 친구와 같이 있고 싶어 하는데, 엄마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때만 친구 삼고 놀 때는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그러지요” 하겠는가? 엄마들이 단합해서 놀 친구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단속한다면 아이들이 놀이를 포기하고 친구랑 공부만 하게 될까? 오히려 친구와 같이 공부하는 시간을 노는 시간으로 바꿀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같이 놀 친구가 줄어들면서 놀이 친구의 가치는 증대될 것이다. 놀이 친구의 가치를 단절시키려는 엄마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노는 즐거움을 친구와 공유하게 될 것이다.

2004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초반부터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꾸준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2018년부터는 단기간에 급등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급한 불은 꺼야 한다. 하지만 발화지점에만 소화기를 분사해서는 안 된다. 건물 전체를 살펴서 불길을 잡아야 한다.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려는 의지와 열망을 투기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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