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의 권익보호 이례적 법원판결
“보험 대신 자부담할 이유 없어”
서울지법서 원고 승소 판결
대법서 확정땐 ‘을’ 보호 새 전기

하도급사가 근로자 산재발생시 공상처리를 했더라도 원도급사가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원도급사의 압박으로 공상처리를 하고도 제대로 보전받지 못했던 하도급사들의 입장을 고려한 이례적인 판단이라 하도급사 권익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민사부는 최근 “하도급사가 스스로 비용부담이 발생하는 공상처리를 진행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관련 재판을 무수히 해오고 봐 왔지만 이번 건처럼 하도급사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판결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사실상 첫 판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판결 내용을 보면 법원은 “하도급사가 당시 극심한 자금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며 “그 상황에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보험처리가 가능함에도 스스로 공상처리를 했을 합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원도급사의 구두지시나 상당액을 보전해주겠다는 의사표시 없이 하도급사가 스스로 나서 비용부담을 했을 확률이 낮아 보인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하도급사 스스로 공상처리를 진행할 별다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원도급사에서 합의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도급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까지 확정될 경우 권익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하며 “어떤 사업자가 보험을 활용할 수 있는데도 자기가 비용을 들이면서 합의에 나서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산재를 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원도급사에 각종 불이익이 가해지는 만큼 암묵적으로 이를 하도급사들에게 떠넘기는게 현실”이라며 “이는 매년 반복되던 큰 문제 중 하나였던 만큼 하도급사들 권익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판결을 이끌어낸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는 “그동안의 판결을 찾아봐도 이처럼 명확하게 하도급사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없었다”며 “사실상 최초의 판례가 생긴 만큼 향후 하도급사의 억울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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