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경제에 대한 공격으로 2020년은 좋은 곳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코로나19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고 있다는 표현이 허락된다면 그것은 건설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건설 경기를 판단하는 여러 경제지표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건설수주로 이야기한다면 2020년은 괜찮은 상황이다.

통계청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1~10월 국내 건설수주 총액은 131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13조6000억원)보다 17조8000억원이 증가됐다. 부문별로 보면 토목 부문 수주는 4조9000억원이 감소했으나, 건축 부문이 22조7000억원이 늘었다. 특히, 건축 부문 수주는 올해 1~10월 누계가 작년 연간치와 거의 맞먹는 수준에 이른다. 요약하면 2020년의 건설 경기는 토목 부문 수주는 거의 정체됐으나 건축 부문이 전체 건설 경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한편, 2021년의 건설수주는 민간의 발주는 줄고 정부 부문 발주가 늘어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21년은 한국판 뉴딜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국가균형발전 계획,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공공택지 공급계획 등 일련의 정부 발주가 이어져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 민자 부문의 발주도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2021년에도 민자 사업이 토목 부문 발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민간?건축 부문은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지만 유동성 규제로 인한 시장 수요의 위축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7월부터 시작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올해 건축 수주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대로 분양가상한제는 2021년의 건축 수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기업 활력이 약화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보면 비주거용 건축 부문 수주 경기도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1년 건설업의 가장 큰 현안은 한국판 뉴딜이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의 축으로 총 28개의 세부 과제에 2025년까지 약 160조원 (이중 국비는 114조10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20년에도 일부 사업이 시작됐으나 대부분은 2021년부터 본격화된다. 그동안의 SOC 투자와는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이나, 세부 과제 중에서 국민 안전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 산단,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등이 건설시장 수요를 진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건축 수요에서는 반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건축 부문에서 민간 발주 수요 자체도 위축될 것이지만 공공 부문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3기 신도시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3기 신도시 조성 절차가 시작은 됐으나, 과거의 경험상 토지 보상 등에서 지연될 우려가 크다. 

마지막 이슈는 해외건설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 극복을 위해 재정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만 보더라도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수주는 2019년에 비해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은 2021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우리의 전통적 해외건설시장인 중동 시장에서 건설 물량이 크게 확대될지는 미지수이다. 

2021년 건설업의 주변 환경은 2020년보다는 조금이라도 개선될 것이라 예상되나, 주택 부문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시장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일관된 기조가 쉽게 바뀌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정부도 한국판 뉴딜, 스마트시티 등 공공사업의 발주를 서두를 것이다. 그리고 2021년 하반기의 가장 큰 정치·사회적 이슈라 할 수 있는 ‘대선정국(2022년 3월9일 20대 대통령을 선거 준비를 위한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을 위한 기간)’의 전개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규제가 일정 부분 완화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과 시장 주변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기회는 준비된 기업만이 잡을 수 있다. 시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사회적인 트렌드를 읽어냄으로써 집중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니까 경영 효율화에 주력해야 하겠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무조건 허리띠만 졸라매서는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남들보다 멀리 보고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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