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공사계약과 관련해 이른바 총괄계약에서 정한 총공사기간의 법적 구속력을 부정하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2018. 11.1일자 칼럼 참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원심은 ‘총괄계약에서 정한 총공사기간에 법적 구속력이 있고, 따라서 연장된 총공사기간에 대하여 총공사금액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공사금액이나 총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되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더 구체적으로 설시하는 판결을 했습니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67679 판결). 이 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들(공동수급체를 구성한 시공사들)은 서울시와 총공사준공일을 부기하면서 제1차 차수별 계약을 체결했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차수별 계약의 공사기간과 총공사기간을 몇 차례 연장했습니다. 원고들은 제4차 차수별 계약의 준공대금 수령일 이전에 서울시에게 공사기간 연장을 이유로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했는데, 이때 조정신청서에 ‘총공사준공일까지의 공사기간 연장분에 대한 간접비를 청구한다’는 취지로 기재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자신들의 계약금액 조정신청이 총공사기간의 연장으로 인한 총공사금액의 조정신청’이라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주장이 제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소심에 이르러 ‘자신들의 계약금액 조정신청에는 제4차 차수별 계약의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계약금액 조정신청도 포함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예비적 청구의 형태로 추가했습니다. 항소심은 ‘계약상대방이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함에 있어 총괄계약 공사기간 연장만을 그 사유로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그 조정신청에는 차수별 계약의 공사기간 연장으로 발생한 추가 간접비 청구의사도 포함돼 있다’라고 보면서 ‘원고들의 계약금액 조정신청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의 판단은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우회적으로 잠탈하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총괄계약에서 정한 총공사기간의 연장을 이유로 한 계약금액 조정신청은 적법한 계약금액 조정신청이라 보기 어렵다”고 명시적으로 설시했습니다. 나아가 ‘조정신청서에 기재된 공사 연장기간이 당해 차수로 특정되는 등 조정신청의 형식과 내용, 조정신청의 시기, 조정금액 산정 방식 등을 종합해 볼 때 객관적으로 차수별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조정신청 의사가 명시돼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차수별 공사기간의 연장에 대한 계약금액 조정신청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시했습니다.

이렇듯 대법원이 ‘차수별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신청’의 적법성만 인정하면서 ‘차수별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신청’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했으므로, 조정신청서를 작성할 때 공사연장기간을 당해 차수로 특정해 기재하는 등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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