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게 ‘스트레스풀’(Stressful)이다. 하루하루 돌아가는 나라 모양이 피곤하다.

영국이 12월8일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12월9일자 주요 신문 대부분에 영국에서 첫 접종 대상으로 꼽힌 90세 연령대의 접종자 사진이 실렸다. 같은 장소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감격스럽게 지켜보는 과거 ‘확진에서의 회복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사진도 꽤 보였다. 존슨 총리는 “우리 모두가 내년 여름 휴가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러웠다.

걸핏하면 ‘K-방역’ 어쩌고 하며 떠들어 대던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했나. 우리 정부는 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날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백신은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들어오게 되며 실제 접종은 안전성 검토가 끝난 이후, 그러니까 내년 하반기부터나 진행될 예정이다. 방역에 성공했다고 우쭐대던 정부가 정작 바이러스와의 ‘진검승부’에선 판정패한 모양새다.

그간 필자는 늘 속으로 지난 4년 동안 24번의 대책을 내고 시장과 씨름하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했었다. 왜 코로나19 대응은 한발 앞서가면서 부동산은 ‘뒷북’이냐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같은 것이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역시 한참 뒤처졌다.

사실상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라는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 발표가 12월4일 나왔다. 잠깐 기대를 했다.

부동산은 ‘시그널’의 영역이다. 들릴까 말까 한 ‘신호’에도 민감한 부동산 참여자(사실상의 전 국민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가 이제는 좀 마음을 편히 가져도 되나 하고 기대했다. “변창흠 내정자는 시장의 생리를 아는 사람이다”, “주택 공급을 확대해 시장의 막힌 숨통을 뚫을 것이다”라는 주변의 평가 때문이었다.

현재의 주택난의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면 정부가 바라는 집값 잡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또 그것이 그토록 이 정부가 염원하는 주거안정 목표를 이루는 ‘선제’ 대책이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 그 희망은 싸늘한 냉소와 반발로 바뀌고 있다. 변 내정자의 그간의 행보와 언사를 두고 누군가는 “1년이 참 길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기가 불과 1년여 남은 문재인 정부가 변 내정자를 앞세워 주택 문제에 대한 ‘극단 실험’에 나설 수 있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우려를 낳는 변 내정자의 ‘주택 소유 사상’에 대해선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자리를 받은 공직자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본인은 서울 강남권의 고가주택에 살면서 국민에겐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에 살면 된다고 하면 안 된다. 대출이 막히고, 거주기간 의무에 짓눌린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낸다. 이러니 “김현미 장관을 그냥 유임시키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정말 “‘뒷북’ 대책으로 일관할 때가 좋았다”는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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