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IT 강국 한국서 BIM이 맥 못추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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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IT 강국 한국서 BIM이 맥 못추는 이유
  • 임민수 상무
  • 승인 2020.1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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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한전문건설신문 지면을 통해 건설업계에서의 디지털 혁신기술과 그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꼽히는 BIM(빌딩정보모델링) 기술이 다른 기술들과 연계됐을 때 그 파급력,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시 강조하면, 지금의 최신기술들 즉 드론, VR/AR, 빅데이터 분석 및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기술들은 결국에는 BIM을 중심에 놓고 연계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BIM이 도입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외국계 기업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돌아보면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업계 또는 국내 플랜트 및 제조업에 비해 IT 투자, BIM, 3차원 기반 기술 활성화는 확실히 뒤처져 있음을 실감한다. 해외 유관업계 인사들과 만나면 우리 건설에 BIM이 아직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놀라워하고 그 이유에 대해 매우 궁금해한다.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는 가운데 왜 유독 건설산업에서는 BIM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타 산업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우선, 플랜트 산업의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BIM과 같은 3차원의 기술을 활용해왔다. 이는 민간기업인 해외 발주처가 3차원 모델링 툴을 특정해서 사용하도록 입찰에 아예 요구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제조업에선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우위를 지키기 위해 3D 기술을 일찍이 도입해왔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빅 5를 제외하고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전망이 이미 2000년대에 나와 혁신기술 도입을 위한 인수합병부터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등 생존을 위한 기술혁신이 치열하게 이루어졌다. 협력사들도 지속적인 변화와 기술투자가 있었다.

우리 건설업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이같은 기술혁신에 대한 위기감과 필요성을 일찌감치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시공사들은 BIM의 활용도나 기술 수준이 높은 점을 부인할 순 없다. 이는 투자 여력이 있고, 인력 확보가 쉬우며,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경영진의 의지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을 하지 않는 기업 또는 부서에서는 이러한 위기감이나 급박함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선도기업을 제외한 중소형 건설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들이 BIM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의 벽을 접할 때가 있다. 비정형 프로젝트나 대형 프로젝트에는 적합하지만 정형화된 공동주택 등 일반 프로젝트에는 2D로 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이 높다고 한다.

또, BIM을 사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BIM 사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설계분야에서는 워낙 짧은 납기에 맞추려다 보니 BIM 툴을 사용해 모델링데이터를 만들더라도, 다시 인허가를 위한 2D 도면화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기존 납품도면 방식에 맞추다 보니 많은 설명과 주석 등을 추가적으로 담아야 하는 BIM 도면은 시간만 잡아먹는 생산성 저하의 모순에 빠지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를 고려 안할 수 없을 것이다. BIM 프로젝트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인력구성도 하고 투자도 했지만, 실제 BIM 프로젝트 숫자가 많지 않다 보니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BIM 인력을 키워놓더라도 일이 없어 애를 먹기도 한다. 차라리 그때그때 외주를 맡기는 것이 오히려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 수십년간 설계비는 고정돼 있는데 반해 BIM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교육비 등을 매년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BIM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정리하면, 설계분야에서는 BIM 발주 프로젝트가 기대보다 적고, 특정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2D 사용이 오히려 더 생산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시공분야에서는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중견 및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대부분 공동주택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화보다는 익숙한 2D 사용을 선호한다. 혹시라도 BIM을 활용해야 하는 공공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준비가 안 돼 있어, 일단 수주하고 외부인력에 맡기면 되는 상황이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아직 BIM 전문가가 없어 BIM 결과물을 제출받더라도 그 데이터의 유용성을 검증하지 못한다.

BIM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는 모두 BIM 밖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제도와 현실의 벽이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변화보다 현행 유지의 이득이 큰 상황이다.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오토데스크 코리아 상무

[임민수 상무] minsoo.lim@autode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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