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반칠환 시인은 ‘황새는 날아서… 달팽이는 기어서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구한 말 학명스님은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을 말게/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라는 선문답을 남겼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이다. ‘辛’이 흰색을 의미하고 ‘丑’은 소를 가리켜 올해는 흰 소띠 해이다. 한편으로 ‘辛’은 ‘맵다’, 혹은 ‘고생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일(一)자 한 획만 그으면 행(幸)자가 된다. 행복하고 다행이고 희망한다는 뜻이다. 고생 끝에 한 가지만 더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하나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지막 인내, 배려, 노력, 성찰 같은 가치들일 것이다. 

서울 전문건설회관 바로 옆은 보라매공원이다. 옛 공군사관학교 자리이다. 이곳 북쪽 산책로 바닥에는 보라매 활주로→ start(출발, 가속)→ take off(이륙, 비상)→ flying(비행, 활공)이라고 적혀 있다. 올해 전문건설업계는 출발, 가속하는 해이다. 건설생산체계 개편으로 종합과의 업역 칸막이가 제거돼 공공공사부터 상호시장 진출이 가능해진다. 내년부터는 민간공사까지 전면 확대된다.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의 ‘2021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는 건설업과 관련,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확대와 함께 한국판 뉴딜 등으로 공공·토목부문 수주는 증가할 수 있지만 정부의 주택 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민간·건축부문 수주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주 증가가 향후 기성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전망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큰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원금 등으로 인한 SOC 예산 삭감 가능성 또한 여전하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신용 규모는 194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명목GDP(국내총생산) 1918조8000억원보다 많은 수치(101.1%)로 가계 빚이 GDP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가 전체가 1년간 번 돈으로도 가계 빚을 다 갚을 수 없게 됐다는 의미이다. 같은 시기 기준 기업부채는 2112조원 규모이다. 민간부채만 4000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847조원에 달하는 정부 부채까지 합하면 가계·기업·정부 3대 경제 주체의 빚 부담이 무려 5000조원에 육박한다. 명목GDP의 2.6배이다. 빚더미 거품경제는 언젠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 대책과 선거 등 돈 나갈 일만 남아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그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축과 연착륙 방안을 준비해야만 한다.

새해 벽두임에도 좀 쓸쓸한 분위기다. 활기는커녕 스산하기까지 하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역설이 통하는 시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 몸은 비록 떨어지더라도 마음은 더 가까이 모아야 할 때이다. 건설인 모두가 마음을 뭉쳐서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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