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공정위, 전속고발권 기사회생에 제 역할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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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공정위, 전속고발권 기사회생에 제 역할 할 때다
  • 황보윤 변호사
  • 승인 2021.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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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일어나 다시 살아났다는 기사회생. 이 고사성어가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딱 들어맞는 일이 벌어졌다.

작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초 당정협의는 물론 검찰과 협의도 된 사안이었고 9일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으로 통과된 터라 정말 의외였다. 그야말로 기사회생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제활동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형사적 잣대로 접근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너무나 부담이 된다는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인 모양새이나 실은 검찰 권력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여당 지도부의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속고발권이라 함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공정위의 권한을 말한다. 이 전속고발권은 전문건설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하도급법에서도 규정돼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 폐지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하도급법상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논의된 적이 있다.

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공정위가 법위반행위에 대해 소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함으로써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할 의지가 미약하고 심지어 대기업의 횡포를 감싸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이 전속고발권에 관해, 필자의 경우 결론적으로 말하면 존치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발권 행사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공정위의 행태에 대해서는 필자도 불만이 크지만 이 제도 자체가 폐지됨에 따른 부작용 내지 폐해는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을 잘 알기에 그러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국민은 형사고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웃 일본에 비해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사건수 137만1650건 중 고소사건은 9256건으로 0.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체 사건수가 195만674건이고 이 가운데 고소사건은 43만3176건으로 무려 23.9%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인구(약 1억3000만명)가 우리나라 인구(약 5200만명)에 비해 약 2.45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고소는 47배, 1인당 고소건수는 무려 110배나 될 정도로 형사고소를 남발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업체로서는 형사고소를 해 당장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기업은 서로서로가 상하 또는 수평적으로 수없이 연결돼 있어 자신도 얼마든지 형사고소에 노출돼 있게 되고 중소업체일수록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것을 형사사건으로 몰아가는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형사고소를 즐겨하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도 수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사를 현실적으로 경찰이 수행하고 있다. 이 경찰조직은 시·군·구 단위까지 세포망처럼 퍼져있다. 중소영세업체는 물론이고 소규모 자영업자들까지 지역의 경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경찰이 각종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형사사건화 해 다루기 시작하면 그 폐해는 시차를 두고 기업들이 겪게 될 것이다. 사업 내지 장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소탐대실’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입장에서는 미국의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공정거래법 관련 수사는 법무부 반독점국에서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방 경찰에 해당하는 연방 수사국(FBI)조차 법무부 반독점국의 지시가 없는 한 임의로 수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의 수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별도로 법률에 규정하면 되겠지만 그간의 수사관행과 경찰조직의 반발, 최근 수사권을 경찰에 대폭 이관하는 추세에 비춰 볼 때 현실성이 없다.

이제 공은 공정위로 넘어왔다. 전속고발권이 또 논란이 되지 않으려면 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티건설, 협성건설, 이수건설에 이어 리드건설과 동호건설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일이 있다. 중기부 입장에서 법위반의 정도가 심각해 검찰고발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정작 공정위가 고발을 하지 않아 중기부가 나선 것이다. 고발과 관련해 이게 공정위의 현주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속고발권 폐지가 논의되는 것이다. 향후 공정위의 적극적인 법 집행을 기대해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

[황보윤 변호사] hby12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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