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말 취임했다. 과거 신중치 못한 발언 등으로 호된 질책을 받은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앞에 놓인 과제들 중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급한 불이자 최대 난제는 역시 집값이다. 정부의 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집값, 전·월세는 치솟기만 한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은 8.35%, 전셋값 상승률은 6.54%로 각각 14년, 9년 만에 최고였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1년 새 20% 넘게 급등, 연초 역대 최고치인 3.3㎡(평)당 4000만원을 넘었다. 24차례 ‘특단 대책’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모두 심각성을 깨닫고 급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적이고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변 장관도 같은 날 정책간담회에서 “품질 좋은 주택공급을 지속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민관협력을 통한 인허가 절차 단축, 도심·역세권 재개발, 질 좋은 주택공급, 분양아파트 중심 공급 확대 등과 함께 개발이익 환수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평소 지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침이다. 구체적인 대책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뜻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그는 이론(학계)과 실무(시민사회 활동 및 SH·LH사장)를 겸비했다. 다른 쪽 출신들과 뭔가 달라도 다를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건설업계 진짜 전문가들의 뼈 있는 조언을 경청하고 존중해주면 좋겠다. 

이 대목에서 건설업과 집값 문제가 만난다. 건설산업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기반산업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필수 파트너 산업이기도 하다. ‘토건족’, ‘산재다발 산업’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처벌 만능이 아닌 예방 차원의 보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울러 건설산업 역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스타트업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 건설신기술 개발이나 BIM(빌딩정보모델) 등 디지털 건설 분야 등에서 신진 기예들이 도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많이 만들어 주기 바란다. 

올해는 무엇보다 종합과 전문이라는 건설업역이 사라지는 원년이다. 상호 시장진출에 따른 무한경쟁 시장에서 다수인 전문건설업체들이 약육강식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 공공공사 발주자 역량 강화와 투명한 원·하도급 계약관계 및 적정공사비 등 중소건설업체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 모든 과업은 대한전문건설협회나 대한건설협회 등 공공성을 담보한 민(民)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11일 입법예고가 끝나는 건설 관련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규제강화는 관(官) 주도의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관의 민간조직 장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좋은 정책은 효율성, 경제성, 민주성에 성찰성까지 담보될 때 가능하다. 그것이 곧 건설 거버넌스(협치)임을 변 장관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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