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신고처리 절차에 대한 하도급업계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수년간 사건처리 기간이 과도하게 길고, 법정 기일 안에 사건처리도 못 하고 있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 개선을 약속해왔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다.

◇업체들 “공정위 만만디 사건처리 개선해야”=수도권소재 하도급업체인 A사는 공정위에 굴지의 대형건설사인 ㄱ사를 신고해 5년이 넘는 기간 만에 최근 위법 판단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B사도 3년 가까이 만에 원도급업체의 위법행위를 인정받았지만 회사는 도산하고, 대표는 빚더미에 앉았다. 

◇하도급사에 치명상 주는 공정위 ‘사건불개시’=업체들은 공정위를 하도급 갑질로 더이상 물러날 수 없을 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는 전체 사건 중 절반 가까이를 조사조차 않고 돌려보내는 것으로 파악돼 업체들 불만이 높다.

실제로 공정위는 작년에 신고사건 3949건을 접수했다. 하지만 이 중 37.4%(1476건)에 대해서만 심사에 착수했다. 52.5%(2074건)는 심사조차 않고 종결처리 했다. 

조사 없이 돌려보내는 심사 불개시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18.7%에서 2014년 20.3%, 2016년 32.7%, 2017년 42.2%를 기록한데 이어 작년에는 50%를 넘어섰다.

한 공정거래·하도급법 전문가는 “하도급업체가 피해구제를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할 경우 원도급업체에서 불개시건을 가지고 위법사항이 없어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이용하는 상황”이라며 “공정위의 무분별한 불개시가 하도급사를 괴롭히고 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불투명한 사건처리 조사과정 신뢰 떨어뜨려=공정위 조사관들은 공무원 순환근무제에 따라 짧으면 반년, 길면 1년 기준으로 담당자가 바뀐다. 하지만 사건이 접수돼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정위는 가해자의 주장을 공유해 주지 않아 하도급업체들은 상대가 위법한 자료를 냈는지, 거짓을 주장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1년짜리 조사관의 지식과 경험만 믿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자료정리와 작성에 있어 하도급업체들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는 원도급업체가 제출하는 서면에 설득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방의 반론을 구체적으로 받아 일방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텐데 그런 절차가 없다 보니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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