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건설업계를 우울하게 만드는 두 가지 정부 조치가 진행 중이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규정을 고쳐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과 유지보수공사 실적관리 업무를 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에 위탁하겠다는 것이다. 둘 다 민간조직과 업무를 관치화하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 운영위원회 규정을 바꾸는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1일 입법예고가 끝남에 따라 규제심사 등 절차를 거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13명인 조합원 운영위원 수를 9명으로 줄이는 한편 관련 건설단체 협회장을 조합원 운영위원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운영위원 임기를 3년에서 1년(1회 연임 가능)으로 줄였다.

이유는 협회장 주도의 공제조합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더 많은 조합원과 전문가에게 조합경영 참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운영위원회 상정 안건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하고 기타 운영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세부사항도 국토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민간단체 조합원의 조합 운영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해 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치다.

정부가 이렇게 안 해도 조합 운영위원회는 이미 공정하고 투명하게 잘 운영되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만 해도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이 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장이던 것을 고쳐 분리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전체 운영위원 30명 중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이 지명하는 공무원 2명과 국토부 장관이 위촉하는 인사 13명 등 친정부 인사가 16명으로 과반이다. 개정안대로 하면 조합원 운영위원 9명에 친정부 인사가 12명으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전문건설공제조합과 건설공제조합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출발해 각각 5만4000여 조합원에 5조원, 1만3000여 조합원에 6조원 가까운 규모의 자본금을 보유한 건설 전문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런 민간 금융조직 운영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관치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나.

한편 유지보수공사 실적관리 업무를 KISCON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시공능력평가공시 등의 위탁기관 지정’ 개정안 행정예고 역시 지난 11일 종료됐다. 앞으로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전문 또는 종합건설업으로 업종전환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기존에 해 오던 대로 시공능력평가 공시를 위탁받은 관련 협회에서 맡아서 하면 된다. KISCON은 현재 건설공사대장 관리 등 고유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런데도 KISCON으로 실적관리 업무를 분산시키려는 것은 건설업체들의 혼란과 행정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설인들의 대표 조직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고유 업무마저 박탈해 관이 주도하겠다는 발상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이는 혁신은커녕 건설산업을 퇴행으로 이끄는 길이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관치를 하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이 두 가지 조치는 철회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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