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 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사고의 경우 최대 징역 10년6개월 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 수정안이 지난 12일 의결됐다. 다음 달 5일 공청회와 오는 3월29일 전체 회의에서 최종안이 의결될 예정이지만 수정안 초안의 충격파가 크다.

앞서 산업현장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CEO와 임원, 대주주까지 최소 1년 이상 감옥에 보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대기업은 물론 대부분 중소기업과 상공인들이 대상이다.

영업면적 1000㎡ 미만 음식점·노래방 등 다중 이용업소와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다.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안보다 징역형 하한선이 낮아지고(2년→1년) 벌금형 하한선을 없애는 등 처벌 수위를 다소 낮추긴 했다. 노조 단체 쪽에서는 입법 취지가 퇴색했다고 불만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제2탄, 3탄의 가혹한 처벌법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만 해도 처벌이 대폭 강화돼 사망사고 시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에 안전 규정을 위반한 시공사 대표까지 처벌하는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추가로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인들은 교도소와 회사 공중분해를 각오하고 살아가야 할 판이다. 특히 노동 작업이 기본인 건설업 사업자들은 사업을 접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사업주가 아무리 산업 안전조치를 준수해도 중대 재해의 표적이 돼 조사를 받으면 그 책임을 피해 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실하게 사업을 하면서도 잠재적 범죄인으로 불안에 떨어야 한다. 징역형의 최소한도를 정해놓는 경우는 아동학대치사나 특수절도 같은 범죄들이다. 기업인들이 그런 사람들인가. 과잉입법이고 과잉처벌이다.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처벌 만능주의로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다면 선진국들이 벌써 먼저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산업재해는 어떠한 통계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예방 노력으로도 완전 차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른바 ‘정상 사고’(normal accident)라는 개념도 있다. 산업이 존재하는 한, 근로라는 본질적 업무에 내재된 위험의 현실화라고 할 수 있다. 법 규정과 처벌의 목적이 무엇인가. 궁극적으로는 사망사고가 없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무조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상책일까. 그렇다면 국가적 대량 인명피해 참사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기업인들에게만 마녀 프레임을 씌우듯 해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질적인 예방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충분한 안전관리 비용 즉, 건설업의 경우에는 적정공사비가 확보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불감증이 문제다. 압축 고도성장 때문인지 사회 전반에 걸쳐 ‘겁이 없는 풍토’가 없지 않다. 발주처와 기업, 근로자 등 산업현장 모든 주체가 매사 안전에 대한 최대 경각심을 갖도록 우리 생활문화·의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