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평지풍파를 일으키듯 무리한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새해 시작과 함께 일주일 남짓 입법예고한 시공실적 신고 이원화가 그것이다. 1997년부터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 법정단체들이 잘해오고 있는 시공실적 신고업무 중 유지보수공사를 따로 떼어내 (재)건설산업정보센터(KISCON)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사실상 정부 기관인 키스콘은 자체 수입이 늘어나고 조직이 커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그 외에는 현장 건설인들을 더 힘들게 하면서 종국에는 건설행정 민간위탁을 무력화하겠다는 오해를 사는 규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정부와 건설업계가 근 반세기 만에 일궈낸 건설산업 혁신의 주춧돌을 건드리는 것이다. 건설인들이 각계에 탄원서를 내는 등 행동에 나서고 정부 홈페이지에도 반대의견이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2018년 12월 법제화된 건설업 업역구분 폐지는 우리나라 건설업의 일대 혁신이다. 정부와 건설 단체들이 일종의 정책중개자로서 머리를 맞대고 양보와 타협으로 이뤄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로써 수직적 원·하도급의 칸막이를 허물고 직접 시공 및 시공기능일원화라는 목표에 다가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한 건설혁신 과제 중 하나가 시설물유지보수업종에 관한 것이다. 이 업종은 과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를 계기로 탄생했으나 만능면허로 변해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 신축, 유지보수공사 할 것 없이 이 면허만 가지면 다 되는 것이다. 전문과 종합 간 업역 칸막이를 없애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도 이 둘 중에 포함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신축과 유지보수공사의 일원화를 통한 유지보수공사의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를 꾀한 것이다. 페인트칠을 신축아파트에 하면 신규공사이고 기존 아파트에 하면 유지보수공사가 되는 모순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유지보수공사 실적을 키스콘으로 이관하려는 조치는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설시장을 다시 쪼개자는 것이다. 만능면허를 만능실적으로 부활시키는 셈이다. 혁신을 선도해야 할 정부가 왜 나서서 퇴보의 길로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지보수공사에서 요구되는 별도의 관리행위 즉,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은 이미 종합업체들이 해오던 것이다. 이를 전문도 같이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다시 시설물유지 공사를 따로 떼서 하겠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업계 부담도 상상 이상으로 가중될 게 뻔하다. 공사는 제쳐두고 실적 신고 관련 행정업무에만 매달려야 할 판이다. 인력, 비용 등 현실적인 부담이 너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도 대다수 업체들은 건설공사대장 통보 같은 행정 사항조차 제때 입력 못 해 과태료를내는 실정이다. 실적을 수시로 신고하라는 것은 무리이며 실익 또한 없다.

행정예고까지 했지만, 어디까지나 고시이다. 관련 법과 제도도 아직 정착하지 못한 상황이다. 준비도 제대로 안 된 고시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일단 숨부터 고르고 업계와 함께 더 나은 합리적인 대책을 모색해주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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