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금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것이다. 이제 백신이 보급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으나 끝은 보이는 것 같다.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멀리, 아주 멀리 있는 이야기지만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난 이후의 세상은 어떨까? 지금보다 상황은 좋아질 거란 예상은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안정을 찾은 이후 다시 큰 어려움이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비록 뚜렷한 확증은 없지만 이미 우리 근처에서 그러한 징후를 감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지 모르겠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가 직면할 위협 요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또 다른 경제 위기의 가능성이다. 과거 경험상 위기는 연이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환위기 직후 3년여 만에 닷컴 버블 붕괴 그리고 카드채 위기가 연달아 발생했다. 글로벌 경제에서도 금융위기 직후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그냥 우연일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맨 처음의 선행 위기가 후행 위기를 불러들인 것이다. 선행 위기로 경제 펀더멘탈은 취약해진다. 또한 위기에 직면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경기부양 카드를 내놓는다. 위기가 끝나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상에서 실물과 금융에 불안정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후행 위기의 단초가 만들어진다. 이번 코로나19 이후의 세상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형 회복 즉, 경제 내 취약한 부분이 더 어려워지고 글로벌 및 국내 유동성이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금 어쩌면 또 다른 경제위기가 우리가 모르는 곳에 대기 중일지 누가 알겠는가?

둘째, 또 다른 뉴노멀이다. 대체로 큰 경제위기 이후의 성장세는 위기 이전보다 낮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을 뉴노멀이라 한다.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을 의미하는 뉴노멀 시대를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 이후로 또 다른 뉴노멀 시대가 전개될 수 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이 닫힐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에서 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쌍순환 전략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간재 교역의 축소를 의미하며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오로지 국내적 요인만으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09~2019년 연평균 3% 내외에서 코로나19 이후에는 2% 내외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가장 큰 요인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다. 낮은 출산율이 노동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또 다른 팬데믹의 가능성은 없을지 걱정이 된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전염병들이 나타났다. AI, 신종플루, 메르스, 사스 등 우리가 익히 들어본 전염병들이 평균 5년 주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잦은 전염병의 출현은 운송수단의 발전으로 사람의 이동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즉, 전염병이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가 마지막 팬데믹이 아닐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더 전염성이 강하고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2021년 한국 경제의 화두는 ‘코로나19와 함께(with corona)’이다. 코로나19는 2021년에도 여전히 세상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의 보급과 집단 면역의 형성으로 팬데믹의 끝도 곧 다가온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 대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금의 위기도 벅차기만 한데, 무슨 그런 와 닿지도 않는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하나? 라는 반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먼 미래가 곧 우리에게 닥친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위기가 끝나도 한국 경제의 안녕과 번영이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번 팬데믹으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한국 경제의 취약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위기로 그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고 어떤 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튼튼한 펀더멘탈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장밋빛 하늘일 수도, 먹구름이 낀 하늘일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