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업역 규제 폐지가 올해 공공공사부터 적용되면서 연착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시범사업 모두 전문건설과 종합건설 특성에 따라 대체로 ‘번지수’를 찾아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호시장 진출 관련 공공 입찰 취소공고가 잇따르면서 일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달 13일 부산대학교는 인문사회관 외 1개 동 적벽돌 보강공사를 발주했다 취소공고했다. 조달청 시설공사 적격심사 세부기준이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 날 경기 오산시는 전문과 종합 모두에게 입찰을 허용하는 공고를 내면서 종합건설에는 건축공사업 또는 토목공사업 면허만 요구한 데 비해 전문에는 무려 7개 업종면허를 요구했다. 이 공고대로 전문업체가 입찰 참가하려면 자본금만 11억원이 필요하고 기술자 16명을 확보해야 한다. 종합은 건축공사업 면허에 법인 기준 3억5000만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된다. 오산시는 결국 공고를 취소했다. 말이 상호시장 개방이지, 종합만 들어오라는 일방적 입찰공고인 셈이다. 전문업체들은 “부대공사 규정을 전혀 적용하지 않으면 입찰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라며 불만이다. 충남도교육청도 같은 날 ‘천안고교 교과교실제구축 기계설비공사’를 상호시장 허용공사로 발주해놓고 입찰 자격에 건축공사업이나 토목공사업은 뺀 채 기계설비공사업으로만 한정했다가 공고 취소했다. 다음 날 한국농어촌공사는 2022년 시행되는 전문업종 대업종화 기준으로 입찰참가 자격을 구성했다가 역시 취소했다. 

이같은 혼선의 원인을 보면 발주처의 업무 파악 미비, 부대공사 및 전문·종합 공사에 대한 잘못된 해석, 과도기적 시행착오 등 여러 가지이다. 각종 집행 기준이 변경됐기 때문에 내용 숙지가 제대로 안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업역 폐지 법이 통과된 지 2년이 지났고, 하위 법령 및 후속 조치 마련과 두 차례 시범사업까지 했는데 아직도 이를 체득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크다. 이어지는 시범사업들도 모양새 갖추기나 짜맞추기식으로 졸속 추진된다면 곤란하다.

업역 울타리가 사라진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노력, 신뢰성으로 승부를 거는 게 맞는다. 그럴수록 엄격하고 공평한 잣대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발주자의 무능과 실수, 늘 해왔던 습관이나 타성, 편의성 추구 같은 것에 의한 불공정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로 인한 억울한 입찰 배제나 부조리, 비효율, 양극화, 일방적인 약육강식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공공 발주 담당자들은 업역 폐지의 기본 정신이 전문과 종합 간의 양보와 타협, 상생 발전이었음을 늘 새길 필요가 있다. 생산체계 혁신이 자리 잡기까지는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바뀐 내용을 숙지하고, 시행착오가 생기면 즉시 시정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건설사업자들도 냉정할 필요가 있다. 처음 가는 길이고 이제 막 시작했다. 막연히 걱정할 일도, 그렇다고 방관할 일도 아니다.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면서, 민첩하되 침착하게 대처해나가는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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