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층간소음 해결엔 당근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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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 층간소음 해결엔 당근도 필요
  •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21.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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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은 민감한 사회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심각성도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해법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는 한계가 있다. 재건축, 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 보다 획기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층간소음 고통 증가는 민원 건수로 알 수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작년 민원 건수는 4만2250건으로 2019년의 2만6257건보다 61% 급증했다. 접수된 민원 건수가 이 정도니 실제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가정은 훨씬 많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작년 6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부터 시공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 사용승인 전에 단지별로 샘플 가구를 선정해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자체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정요구, 사용승인 불허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선 이유는 2005년부터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인정받은 바닥구조만 사용할 수 있는 ‘사전 인정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2019년 입주예정이던 아파트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96%가 ‘함량미달’ 판정을 받았다. 소음 차단 성능이 사전 인정받은 것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동주택 건설 때 바닥충격음 저감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설사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의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층간소음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층간소음으로 몸서리치는 구축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재건축,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그것이다. 층간소음을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해 등급을 나눈 뒤 심각할수록 보다 빨리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재건축 연한(30년) 예외 등이 그것이다. 대신 재건축 후 일정 물량을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 받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형평성 논란도 비켜갈 수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부실시공 아파트에서 해방되고, 정부는 공공주택을 확보할 수 있으니 서로 이득이다.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벽식형이 아닌 기둥식 구조를 채택하거나 층고를 높일 경우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바닥에 수평의 힘을 지탱하는 보를 넣으면 그만큼 두꺼워져 층수가 줄어든다. 층고를 높여도 마찬가지다. 정비조합과 시공사가 사업성 저하를 우려해 이 방식을 꺼리는 것이다. 정부가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적극 나선 시공사와 정비조합에 그만큼의 보상을 해준다면 이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크게 늘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작년까지 성적표를 들여다봤을 때 해결은커녕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은 제도보완과 규제 강화로는 층간소음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시장이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 당근책이 제도 개선, 성숙한 시민의식과 맞물린다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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