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건설과 환경 ⑤ 책임을 제한하는 법리 - 이른바 ‘위험에의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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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건설과 환경 ⑤ 책임을 제한하는 법리 - 이른바 ‘위험에의 접근’
  • 송경훈 변호사
  • 승인 2021.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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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이른바 ‘위험에의 접근’은 피해자가 소음 등의 영향이 미치는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에 새로 거주를 시작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재판에서 피고의 책임을 감면할 수 있느냐에 관한 이론입니다.

법원이 ‘위험에의 접근’ 이론을 적용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매향리 사격장 사건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미공군사격장(일명 쿠니사격장)은 1950년대에 조성됐는데, 1988년경부터 주변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본격적인 민원을 제기했고, 이를 언론이 크게 다루면서 1989년경 비로소 사격장 및 비행장 주변 소음피해가 사회 문제화됐습니다.

매향리 주민 일부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04년 “소음 등을 포함한 공해 등의 위험지역으로 이주하여 들어가서 거주하는 경우와 같이 위험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를 용인하며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그 피해가 직접 생명이나 신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나 생활방해의 정도에 그치고, 그 침해행위에 상당한 고도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때에는 위험에 접근한 후 실제로 입은 피해 정도가 위험에 접근할 당시에 인식하고 있었던 위험의 정도를 초과하는 것이거나 위험에 접근한 후에 그 위험이 특별히 증대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해자의 면책을 인정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공해 등의 위험지역으로 이주하여 거주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위험에 접근할 당시에 그러한 위험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아니하였고, 그러한 위험이 존재하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으며, 그 밖에 위험에 접근하게 된 경위와 동기 등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그와 같은 위험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굳이 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책임이 감면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2다14242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원고들이 사격장이 설치된 이후에 매향리 등 부근 마을에서 거주했으나 원고들이 거주한 뒤 20년 이상 지난 1988년경에야 비로소 사격장의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원고들이 사격장의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스스로 용인하고 위 마을에서 거주했다고 볼 수 없고, 신의칙상 손해배상액을 감면할 만한 다른 사정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면서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감면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후 ‘위험에의 접근’ 이론을 보다 구체화해 김포공항 사건과 웅천 사격장 사건에서는 소음의 발생시간, 원고 거주지의 지역적 특성, 피고의 소음방지 대책 등에 따라 참을 한도의 기준을 달리 적용하면서 소음지역으로 이주한 주민의 과실을 책임감면에 반영하도록 했고(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다49566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8다57975 판결), 매향리 사격장 소음이 문제된 다른 사건에서도 1989년 1월1일 이후에 전입한 원고들에 대해 형평의 원칙상 과실상계에 준해 손해배상액 감액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7다74560 판결).

이제 항공기나 사격장 소음이 문제 되는 경우는 잘 없지만, 도로 옆 공동주택 주민들이 도로 소음을 문제 삼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환경정책기본법상 소음환경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를 바로 인정하지는 않으며, 소음 발생을 입주자들이 사전에 인식하고 입주햇는지, 소음을 방지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입주자들의 귀책사유로 이를 실행할 수 없었는지, 도로의 설치·관리자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의 존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정 기간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고 새로 거주를 시작하는 사람이 주변의 공사 여부를 미리 알기 어려우므로 ‘위험에의 접근’ 이론이 적용될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일조침해가 이루어진 피해 건물에 새로 거주를 시작하는 경우, 가동 중인 변전소 옆에서 새로 거주를 시작하는 경우 등에서도 ‘위험에의 접근’ 이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환경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의 존부를 검토할 경우 ‘위험에의 접근’ 여부부터 먼저 살피는 것이 좋겠습니다(참고로 매향리 사격장은 2005년경 운영이 중단됐고, 사격장과 인근 부지는 현재 생태공원과 주거단지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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