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법 위반 명의신탁은 법 보호 대상 안돼”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를 마친 아파트를 실제 주인의 허락 없이 팔아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사기·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사기 유죄, 횡령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2월 B씨 소유의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다. 아파트 매매 없이 명의만 빌려 달라는 B씨의 부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2015년 8월 개인 빚을 갚기 위해 이 아파트를 제3자에게 1억7000만원에 매도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도 해줬다. 그는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횡령 혐의와 9000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명의만 빌려 소유권 등기를 한 것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만큼 이 약속을 위반해 아파트를 팔아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위탁 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가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횡령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명의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형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선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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