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본지 오피니언 논단에 ‘산업기술연구조합을 활성화하자’라는  주제로 기고한 적이 있다. 활성화의 논리를 적긴 했지만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나름 고민해봤다.

산업기술연구조합의 법적 근거는 1986년 5월12일 공포된 산업기술연구조합 육성법이다. 이 법은 산업기술의 연구개발과 선진 기술의 도입ㆍ보급 등을 협동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산업기술연구조합의 설립과 그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지원함으로써 산업기술의 향상을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조합의 요건은 산업기술 개발에 대한 공헌과 조합원이 가입에 대한 자율성을 전제로 조합사의 규모나 조합비에 무관하게 의결권 및 선거권이 평등할 것, 그리고 특정 조합원의 이익 추구 방지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설립·운영되고 있는 연구조합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연구조합의 자생력은 조합의 기초 체력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초체력은 연구시설과 장비, 연구인력, 지속적 예산 공급원 확보를 의미한다. 일부 조합은 설립 초기 대기업의 전폭적 투자로 기반 시설과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조합비로 조합의 연구개발 및 운영 자금으로 충당한 적이 있다. 이후 조합사들의 이탈로 연구조합의 운영이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이러한 초기 투자의 영향과 조합의 자생 의지로써 지속적 자생력 기반 확보가 가능해진 사례가 있다. 반면 초기 투자의 부족과 지속적인 예산 확보의 어려움, 이에 따른 연구개발 인프라 확보의 어려움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조합으로서의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기업의 지원으로 설립된 조합의 경우에도 조합사로 가입한 계열사와의 상호 역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사라진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에 비추어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해당 분야의 우수 연구 인력과 연구시설 등의 연구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이를 위한 재원의 확보이다. 여력이 있는 민간 기업에서 대중소 기업 상생을 위해 공익적 투자를 하면 가장 좋지만 대기업의 경우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중견, 중소기업은 그러한 여력이 많지 않다. 일정 기준 이상의 조합사들을 최대한 확보해 조합비를 출원하게 하는 방안이 있으나 초기 투자를 위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녹록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연구조합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의 근거는 육성법 제12조에서 조합의 사업과 조합원이 조합의 연구성과를 기업화하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돼있고 14조에서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조합을 우선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는 정부의 의지와 조합의 노력에 달려있다.

그리고 조합사 선정 및 유지, 확대는 설립단계에서부터 운영단계까지 중요한 요건중 하나다. 예를 들면 초기 많은 지분을 투자한 조합사의 경우 연구조합의 지배적 위치를 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합의 운영정책, 조합원사의 추가적 확보 등에서 애로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조합사와 연구조합간, 조합사와 조합사간의 이해 부족으로 야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조합원사의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연구조합의 역할 정의와 더불어 조합사간의 협력 상생 구도에서 특정 조합사로 의사결정이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하고 유지시켜 연구개발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

연구조합은 조합사와 정부, 조합내의 연구 인프라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돼야 하는 연구개발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적 역할에 중점을 둬야 한다. 즉, B2B 형태로 연구개발을 진정으로 서비스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법적 근거를 가지고 출범한 산업기술연구조합의 활성화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가 책임과 의지를 가지고 각론을 작성해야 한다.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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