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친구나 취재원의 관심사는 온통 아파트에 쏠려 있다. 실상 이 정부 들어 온 국민의 관심이 늘 아파트였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나, 예전과 달라진 점은 “언제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이번 특단의 공급대책(2·4대책)을 반드시 달성해 나갈 것”(홍남기 경제부총리, 2월17일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정부가 호언한 물량이 진짜 공급된다면 지금의 아파트값이 고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연하고 단순한 이치인데 국민이 여전히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건 이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인 게 가장 커 보였다.

최근 만난 한 공무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를 2·4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주장의 첫 번째 근거로 들었다. 국토교통부 소속은 아니다. 그는 “국민 사이에 아파트값은 안 떨어진다는 기대심리가 너무 커져 있다. 아파트를 사면 바로 가격이 더 오르는 걸 계속 목격하고 있지 않으냐”고 부연했다.

사실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안착시키려면 먼저 이런 국민 심리부터 다잡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의 변수가 있어서 그런지 정부 대응이 영 시원찮다. 단적인 예가 2월17일 회의에서의 홍남기 부총리 발언이다. 홍 부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던 경험 등도 있었던 만큼, 이제 시장 참가자들이 보다 긴 시각에서 냉철하게 짚어보고 시장에 참여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울 아파트값이 11.2% 하락한 사례를 들어 지금 집을 사지 말고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고 가격이 조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취지였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 미국마저 휘청이게 한 희대의 충격파였다. 그런 때와, 오조준한 정부 정책 유탄이 불지른 아파트 ‘불장’이 실제 공급되지도 않은 숫자상 주택으로 잡힌다는 허황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현재를 비교하는 건 정통 경제관료다운 발상이 아니다.

시작은 좋았다. 2·4대책이 발표됐을 때 주위 반응은 “놀랍다”가 대부분이었다. 우선 서울 시내 32만호를 포함해 전국에서 83만호나 되는 주택이 공급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하지만 이 놀라움은 곧 그 집들이 정부의 자칭 ‘보수적인’ 숫자 분석에 불과하다는 데서 또 한 번 우리를 놀래줬다. 대책이 나온 날 통화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15% 정도로 보수적으로 잡은 물량이라고 발표를 했는데, 100%로 잡으면 도대체 몇백만호가 공급되는 것이냐”라며 “반평생 교직에 있으면서 이런 허무맹랑한 숫자놀음 대책은 처음 봤다”고 허탈해했다.

국민 기대도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언론과 시장의 냉정한 지적에 2·4대책 물량을 신속히 구체화·가시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인정한 점은 그마나 다행이다. 집행속도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약 25만호에 달하는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도 2분기까지 후보지 발표를 완료한다고 약속했다.

언젠가 한 경제관료는 “아침에 조간신문 볼 때마다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실패한 부동산대책이 부른 참상이 매일 아침 신문에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빨리 부동산 이슈가 국민 관심사에서 사라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그게 성공한 부동산대책”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번엔 진짜 비상한 각오로 공급 목표를 달성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