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원고를 통해 한국 건설산업에 BIM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여러 이야기 중 설계 분야에 BIM을 적용한 프로젝트 발주가 적고, 그러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선 몇 개의 사업을 위한 전담 조직 구성이 비효율적이란 판단이 있다고 봤다. 여전히 2D를 사용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애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첫째, 기업 경영진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단기적 비효율성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BIM로드맵 또는 중장기적 디지털혁신 로드맵 마련에 나서야 한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BIM팀 또는 디지털혁신팀과 같은 핵심부서를 구성해서 디지털 혁신을 회사 전체에 지속적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보스턴 컨설팅사가 강조했던 내용과도 동일하다. 지난해 7월에 세계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IDC가 발표했던 ‘디지털혁신: 한국 건설 산업, 커넥티드 컨스트럭션의 미래’에서도 강조했던 사항이다.

미국 설계사 HOK가 한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BIM로드맵을 작성하고 완성하기까지 10년이 소요됐다. 이처럼 중장기적 로드맵, 투자, 회사 내 공감대 형성, 뒤처질 수 있는 인력에 대한 꾸준한 교육 등을 제공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하거나 BIM 어워드 행사를 장려하는 등 적극적인 유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기업은 BIM의 생산성 효과를 인지하고 모든 프로젝트에 BIM을 적용하도록 장려하는 곳도 있다. 이들 기업은 납품까지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납품 후 간섭문제 등 도면의 정합성 문제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설계사 담당자의 전체 업무 중 60~70%를 도면 납품 후 시공사나 CM사 직원들로부터 납품도면에 대한 문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할애했지만, BIM도면 납품 후 시공사로부터 문의가 거의 없어 시간낭비가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면 납품 후까지로 범위를 넓혀 생산성을 따져보면 BIM의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BIM과 관련된 프로젝트 숫자를 과감하게 빨리 증가시키는 속도전을 해야 한다. 동시에 BIM 결과물에 대한 검증이 원활해지도록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인력 양성에도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BIM에 대한 공공발주가 진행되더라도 발주처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납품된 BIM 모델데이터를 제대로 검수 또는 검증하지 않고 활용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납품된 BIM 데이터가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건설현장에 도움을 주도록 발주자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발주처에서 BIM 데이터를 제대로 검수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을 갖추고, 인허가 부문에선 BIM 모델데이터를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소양을 갖춘다면 BIM 활성화가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발주자 역량 강화는 해외 각국이 BIM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특히 미국에 비해 BIM을 뒤늦게 시작한 영국이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2D 사용에 푹 빠져 전환과 변화가 어려웠지만 영국정부의 Push & Pull 정책이 BIM을 의무화하면서 빠른 확산세를 보였다.

주요 발주처가 BIM 전문가를 영입해 관련 프로젝트 시행에 직접 참여 또는 관리감독토록 해 성과를 높이는 방안도 우리나라 현실에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실무형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 등 교육기관 커리큘럼에 BIM 교육을 포함하되 실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과의 연계 및 실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일부 학교 및 기업에서는 정기적으로 BIM 교육을 실시하고 있긴 하다. 이를 더 확산하고 체계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 때 현업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익숙한 2D가 생산성이 높다고 하는데, 만일 3D BIM에 익숙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필자가 실제 사용자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BIM에 익숙한 그룹이 업무 효율성을 크게 증진시킬 수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한전문건설신문을 통해 국내 BIM 사용의 문제점과 극복을 위한 제언을 해왔다. 아무쪼록 IT 강국인 한국에서 2021년이 BIM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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