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수도권 집중이 ‘만성병의 원인’
상태바
[보라매칼럼] 수도권 집중이 ‘만성병의 원인’
  • 박병률 주간경향 편집장
  • 승인 2021.03.0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의사가 최근 겪은 일이다. 고혈압, 당뇨가 심해 약을 먹어도 잘 조절이 안되던 암환우가 있었다. 암환우는 암 치료가 시작된 후 설사, 변비가 심해지고 입맛도 사라져 식사를 잘 못해 100㎏이던 체중이 40㎏까지 줄었다고. 그랬더니 고혈압, 당뇨가 싹 없어졌더란다. 그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제로 당한 식이조절 덕에 암환우의 만성질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체중조절과 생활습관이 질병치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부동산이 여전히 뜨겁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10억6000만원에 달한다. 2017년 1월에는 6억원이 채 안됐다. 그러니까 3년새 40% 이상 올랐다. 작년만 해도 10억원대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꿈의 가격이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고, 이어 지방도 견인했다. 최근 서울 집값이 이렇게 오른 이유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푼 ‘돈의 힘’이 먼저 손꼽힌다. 하지만 유동성이 크게 풀리 않은 때에도 서울 집값이 뜨거웠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성남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남방한계선’이라는 게 있다. 성남 밑으로 회사가 가면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도, 제도적 도움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요 스타트업 기업들은 강남, 구로, 강동, 판교, 마곡 등 서울 안팎에 몰려 있다. 과거 장치산업 중심의 제조업과 달리 고급 인력이 중요해진 4차산업혁명 시대는 수도권 인구 집중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인서울’ 러시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도, 돈도, 사람도 서울에 몰려 있으니 서울로 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지방대 학생부족 현상은 현실화됐다. 올해 4년제 지방대학은 무려 2만3900명을 추가모집하고 있다. 경북(4300명) 부산(3900명) 전남(2600명)의 추가모집인원은 수도권 대학 전체(2200명)보다 많다. 지방대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타격이 더 컸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누구나 다 알면서도 손을 댈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손을 대지 않으려는 것이 수도권 인구집중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체감하는 것은 교통불편 정도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의료, 문화, 경제, 교육의 지역적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됐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은 공급확대였다. 수도권에만 60만 가구를 더 넣겠다고 한다.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시급한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의 살을 더 찌우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을 지향한다지만, 참여정부에 비해서는 그 시그널이 약해졌다.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등의 성과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지만 애초에 한두 정권 만에 낼 수는 있는 성과는 아니었다. 성인병을 없애기 위해 비만관리가 필요하듯 한국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도 인구관리가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써보는 것은 어떨까. 부동산 세제와 공급이 단기대책이라면 지역균형발전은 장기대책이 될만하다. 그러다 한국 사회의 다른 만성질환들이 치유된다면 그건 덤이다.

[박병률 주간경향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