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엉터리 감정’ 기피신청, 현실에선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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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엉터리 감정’ 기피신청, 현실에선 힘들어
  • 남태규 기자
  • 승인 2021.0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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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현행 감정제도의 실태 

감정제도의 미비점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하도급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단 한 번의 엉터리 감정으로 피해보상 자체를 못 받게 될 수도 있는 만큼 감정절차 이용 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감정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용할 경우 피해로 직결될 수 있어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감정절차 어겨도 처벌 힘들다=감정사 선정과정에서 일정 금액을 위법하게 약속해 일을 따낸다거나 감정 과정에서 한쪽을 위해 중립적 지위를 어기는 행위를 해도 현 제도에서는 처벌하기 어렵다.

수도권 소재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감정절차상 문제가 발견되면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피신청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최종감정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까지 일부 악덕 감정사들은 실제 감정결과와 다른 거짓 보고서를 우리에게 보내주면서 안심시키거나 ‘원도급업체를 속이기 위한 작전’이라는 등의 거짓말로 속이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민사소송법을 보면 감정인이 성실히 감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는 기피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감정인이 한쪽 당사자에게 도 넘은 세일즈를 하는 등의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감정을 기피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현실에서는 활용하기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법원 감정보다 사 감정이 더 위험하다?=피해를 경험해 본 업체들은 법원 감정이 아닌 조정원 등을 통한 사 감정은 처벌조항이 없어 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 소재 한 전문업체 대표는 “수년간 악덕감정사와 싸워오고 있는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다”며 “민사소송법 등에 처벌규정이 있지만 선서를 하는 법원 감정인을 전제로 법리를 따져 사 감정의 경우 적용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법조계 전문가도 “현 법체계상 법원 감정인보다 사 감정을 한 감정인을 처벌하기 더 어렵다는 업체들 주장은 상당 부분 맞는 얘기”라며 “그래서 감정을 가야 한다면 법원의 감정을 이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제언했다.

◇내용상 잘못 드러나도 감정결과 탄핵 어려워=감정결과 자체에 명백한 오류나 문제가 발견돼도 이를 탄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문제다.

지역 소재 한 전문업체 관계자는 “원도급업체 갑질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하도급사가 감정결과에 문제를 발견했다고 한들 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대응을 할 수 있겠냐”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감정보고서 중에 실제 문제가 있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지만 의사가 의료사고를 낸 동료의사 실수를 지적하기 힘들 듯 해당 감정내용이 잘못됐다고 지적해 줄 수 있는 전문가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 시급=감정인제도에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법 전문가는 “지금처럼 도산 직전인 하도급업체에 문제가 있는 감정결과를 증명해 내라고 한다면 이는 죽으라는 소리와 같은 것”이라며 “감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감정절차 자체는 사적계약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도급업체들의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성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남태규 기자] news8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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