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 발주자가 건설혁신 발목…무엇이 문제인가
주민쉼터 신축에 11개 업종
창고 신축에 9개 업종 요구도
영세업체, 종합공사 참여 막혀
발주 부서들은 서로 책임전가

…건설혁신의 주체여야 할 일선 공공발주자들이 오히려 발목잡기 식 공사발주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인식과 역량 부족에 제도 미비가 더해져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한 취지가 변질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높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대공사’ 개념을 적용하지 않은 채 공사입찰을 진행하는 등 영세업체의 종합공사 입찰참여를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전문공사만 극한의 경쟁에 빠뜨린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하주차장 신축에 실내건축부터 기계설비 등 14개 건설업종 등록을 요구하거나 주민쉼터 신축에 11개 업종, 창고신축에 9개 업종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공사에서 1% 미만 또는 몇 백만원에 불과한 공종까지 건설업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업계에선 부대공사 개념을 적용하면 이같은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선 공공발주자들은 복지부동이다.

공공기관의 공사발주 관련 부서들 간의 불협화음과 나 몰라라 하는 태도도 제도의 부작용 빈발에 한몫하고 있다.

공사담당부서에선 관행대로 부대공사 적용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도 ‘발주 세부기준’에 부대공사 판단요령까지 마련해 시달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기존 법령 문구를 반복하고 있고 관련 유권해석 사례만 붙여놓은 수준이라 공사 담당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회계부서는 계약법령에 근거가 없어 부대공사 판단이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입찰과정에서 해야 할 등록기준 확인 역시 계약법령이 아닌 국토부 규정과 고시로 정해져 있어 계약담당자들이 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발주자의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는 도로유지보수 연간단가 공사를 두고 지난해엔 두 건의 수의계약 대상 포장공사로 발주했지만, 올해는 하나로 묶어 상호시장진출 대상공사(포장, 토목, 토건)로 발주했다. 묶음발주 외에도 기존에는 단일 전문공사이던 사업을 부대공사 업종까지 요구해 단일업종 영세업체의 입찰참여를 제한한 채 종합업체들의 참여를 늘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밖에 건축법에 따라 업무하는 건축인허가 부서는 관련 서류로 주택 또는 건축 면허를 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고, 증개축·항만·공항 등 대규모 사업에 전문업체의 참여를 배제하는 발주자의 태도 등이 종합공사 시장만 공고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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