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업이 전에 없이 호황이라 한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이전 대비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된다. 국내 1위 인테리어 기업인 ‘한샘’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리모델링 사업 브랜드인 ‘한샘 리하우스’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한다. 실내 리모델링 사업자는 인력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모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택 근무를 방역책으로 실시하면서 생긴 결과임은 뻔해 보인다.

집 꾸미기 수요가 늘어나 인테리어 사업의 호황으로 이어졌다는 경제적 사실 말고도 이 사건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집 꾸미기의 사회적 의미를 챙겨야 한다. 그 사건의 이면에 도사린 사회적 욕망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욕망에 대한 가치 평가도 보태질 필요가 있다. 예기치 않았던 바이러스 국면에서 발생한 주거환경 개선 기회를 두텁게 읽어 그 업역 종사자와 나누는 일은 소중한 작업이다. 건설 관련업은 언제나 그리고 이미 사회적 작업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보수 작업의 대상인 우리의 집안은 오랫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한 채 지내왔다. 집안 자체가 지나치게 강조돼 온 탓이다. 특히 아파트 내부 구조에서 그 점은 확실시된다. 외부와의 접점 지위를 최후로 누리던 베란다조차도 지금은 대부분 실내화돼 버렸다. 그로써 집안 내부가 외부를 만날 기회는 최대한 축소됐다. 집안에서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나마 있던 베란다의 화분 정원조차 사라지고 있다. 집안 내부에 대한 손질은 그 같은 폐쇄적 집안 공간에 대한 불만의 결과다. 팬데믹으로 온 식구들이 집안으로 모여들면서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욕망이 일었고 그를 손보고자 한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 중심의 집안은 완료형 구조를 갖춰 왔다. 한번 거실은 영원히 거실 역할을 한다. 한번 안방이었던 방은 언제나 안방 구실을 한다.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 방의 구조를 바꿀 뿐 아니라 용도까지 바꾸어 내는 구조에 비해 유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집의 각 방을 막고 있는 벽은 장벽 역할을 한다. 기둥을 중심으로 가벼운 가벽 형태의 집이 가질 수 있는 유동형 구조 대신 완료형 구조를 선호하면서 생긴 결과다. 식구들이 함께 더 긴 시간을 머물게 되면서 유동형 구조의 필요성을 실감하며 집안을 바꾸어 내고자 했으리라 짐작한다.

도시의 집안들은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사람 중심으로 개인화돼 있다. 부모가 차지하는 안방, 자녀들의 아이방처럼 역할이 엄격히 개별화돼 있다. 각자 일터와 학교로 흩어졌다 저녁 시간에 잠깐 모이던 형태에서는 개인화된 공간이 편리했을 수 있다. 그러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집안에 함께 머물며 부딪치는 경험을 하면서 공동 사용 공간을 갈구했을 것이다. 개별공간으로 미분한 집안이 아니라 공유공간으로 적분할 집안을 급격히 욕망하고 그 안에서 편리함을 도모하려 집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완결형에서 유통형으로 개인화에서 공유형으로의 변화, 이런 변화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나무 심은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기둥 사이에 가벽을 친 스튜디오 형 아파트도 등장할 수 있다. 지금껏 없었던 역할을 하는 방을 갖춘 집안을 만날 수도 있다. 집안을 디자인하고 공사, 보수, 유지하는 일은 식구들의 동선이 바뀐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행동을 유도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바뀐 집안이 바뀐 인간 주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 변화에 참여하는 종사자들은 세상 변화의 앞 줄에 서 있는 역군이다.

인테리어 업종의 호황이 반짝 호황 사건으로만 그치지 말기를 고대한다. 호황이 경제적 사건임을 넘어서서 새로운 주거인, 새로운 사회 주체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사건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종사자들이 자리 잡으며, 자신이 벌이는 일이 사회적인 작업이며, 새로운 인간 주체를 만드는 창조적이기까지 한 일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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