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담이 늘게 생겼다”는 푸념이 먼저 나왔다. 지난 16일 정세균 총리가 백신 휴가제를 언급하자 나온 한 전문건설사 종사자의 반응이다.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중소기업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기억이 불러온 불만이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동구)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감염병 백신을 접종할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용직근로자, 자영업자 등에게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생활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다.

4월부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법안 처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기에 쫓겨 세부 문제를 소홀히 다루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상황이 연출될까 우려된다. 특히 중소 전문건설사들은 주 52시간 근로제, 법정공휴일, 연차 등 제도 개편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떠안아야 했기 때문에 백신 휴가에 대한 시선도 고울리 없다.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더라도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 신분·임금 확인이나 신청절차에 기업이 관여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이 남는다. 만약 기업에 이런 업무를 맡긴다면 직접고용의 주체인 전문건설사들의 행정부담 폭증은 명약관화하다. 

행정부담만 늘면 그나마 다행이고 비용부담까지 더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재정 지원은 기업이 아닌 사람에만 국한됐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비슷한 기억들 때문이다. 좋은 명분을 앞세워 만들어진 정책의 그늘에는 항상 중소기업이 남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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