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가 건설현장에 공사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공사 시즌이 돌아오면서 건설사가 부담하는 건설근로자들의 주휴수당, 법정공휴일 수당, 연차수당 등 제 수당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공사비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업계 불만이 커지는 것은 물론 공사품질 저하와 각종 편법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개정 근로기준법(2018년 개정)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근로자가 30인 이상 업체는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발주처가 이를 공사비에 포함해주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주휴수당 또한 공사비 원가에서 제외돼 현장 기업들이 지급해오고 있다고 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한 달 만근 시 최소 4일에 대한 수당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일부 업체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주당 근로일수를 4일 이하로 줄이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그나마 발주처 중에서는 유일하게 서울시가 지난해 ‘고용개선지원비’를 지원했다. 시는 공사 규모와 기간, 토목·건축·주택·조경 등 분야별로 주휴수당 원가 반영 표준 비율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예정가격 산정기준’을 개정, 공공공사 노무비 예가에 주휴수당 지급을 명시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공사비 적정성 제고를 위해 불공정한 예가 산정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이후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주휴수당 외에도 각종 제 수당으로 인한 전문건설사와 근로자의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용 역시 공사비에는 제외돼 공사업체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요즘에는 교통비 등 예상치 못한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갈수록 공사비 산정이 박해지고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건설업체로서는 이러한 제 수당으로 인한 부담이 의외로 만만치 않다. 한 노무 전문가에 따르면 “법정공휴일 확대로 연간 7.3%, 퇴직금 지급으로 연간 8.3%, 연차로 연간 5%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주휴수당은 물론 공사 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 연차 등을 공사비에 반영해줄 것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퇴직금과 별개로 운영되는 퇴직공제제도도 일원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공사비를 현실화해 달라는 건설인들의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윤이 남아야 제대로 된 공사가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사는 공사품질과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적정임금 지급 논의가 점점 구체화해도 정작 지급 주체는 기업이 맡으라는 식이다. 세상에 공짜 없듯이 모든 복지에도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근로자 임금인상이 필요한 복지혜택이지만 재원 마련 대책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정책 당국이 생색은 낼대로 내고 정작 생돈을 부담하는 쪽은 기업이다. 그것도 원도급사가 아니라 직접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이다. 좋은 취지로 법이 바뀌었으면, 공사비 중 인건비 책정 규정 등도 당연히 이어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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