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도 부동산이 중심에 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30만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한강변 35층 고도제한도 풀겠다고 했다. 다른 게 있다면 박 후보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제한적 규제완화를 내세우는 반면, 오 후보는 신속하고 대폭적으로 규제를 푼 뒤 민간 주도로 개발하겠다는 정도다. 덧붙여 오 후보는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카드도 꺼냈다.

공약만 본다면 이번 재보궐 선거는 2007년 대선의 판박이다. 뉴타운 개발과 종부세 완화를 앞세운 그해 대선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의 선거였다. 이는 아이러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게 집값 폭등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강력한 집값 안정화 대책이 선거의 이슈가 돼야 했다. 하지만 여도 야도 들고 나온 주요 공약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공약들이다. 당장 기대심리로 한강변 아파트들과 노후 아파트 가격이 몇억원씩 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유권자들의 반응을 보자면, 민심 이반의 원인은 단순히 ‘집값 상승’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집값 상승 그 자체보다는 나만 뒤떨어져 ‘벼락거지’가 됐다는 박탈감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와중에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은 분노를 터트릴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알고 보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다. 심지어 LH 직원과 공직자마저도 하는 건데 말이다. 지금에라도 집을 사려 해도 대출 규제 등으로 꽉꽉 묶어놔 방법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공급을 늘려 집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니 반가울 수밖에. 기존에 집 있는 사람도 나쁘지 않다. 인근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면 내 집 가격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산세 감면까지 거론되고 있다. 집 가격이 올라도 세금 부담은 늘지 않게 된다. 집 없는 사람들 역시 언젠가 가질 고가의 집을 생각하면서 자신도 미리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것 같아 나쁘지 않다. 2007년 대선에서 뉴타운 건설과 종부세 완화를 받아들인 유권자들의 심리가 꼭 이랬다.

2007년 대선 결과 서민들은 부자가 됐을까. 지나 보니 그즈음이 꼭지였다. 때마침 밀어닥친 금융위기로 10년가량 맘고생을 해야 했다. 한때는 하우스푸어에 깡통전세 이야기까지 나왔다. 돈 가진 사람은 더 부자가 됐다. 잘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욕망 뒤편에 정작 큰 돈을 번 사람은 따로 있었다는 얘기다.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욕망의 선거다. 그렇다고 유권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의 미친 폭등에 지칠 대로 지친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2021년이 2007년과 같을 수 없다. 금융위기 같은 악재가 또 올 것이라 볼 수도 없고,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만약 한강변에 해운대 엘시티같은 100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떤 변화가 올까. 주변 집값을 자극시켜 공연히 집값만 끌어올릴까, 아니면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돼 궁극적으로 안정될까. 이번에도 정치인, 지자체 공무원, LH 직원, 고자산가들만의 잔치가 될까, 아니면 서민들도 한몫 벌 기회가 될까,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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