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필요한 하도급법은 발의만 한 채 진행이 안 되고, 큰 이슈 무마용이나 선거용 입법은 넘쳐나고 있다. 가히 생색내기, 실적 쌓기용 선심성 입법이요, 아니면 과잉입법이라 할 만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만큼 21대 국회 전체 법안 발의 숫자는 적지 않다. 지난 2월 기준 9개월간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은 모두 670여 건에 이른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10% 수준인 60여 건에 불과하다. 하도급법은 더 빈약하다. 발의된 하도급 관련 법안은 20여 건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과거에 비하면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과 건수는 여전히 0이다. 

이 중 상당수는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무산돼 21대에 재발의된 경우이다. 발의는 했으니 일단 신경을 쓰는 것은 맞아 보인다. 그러나 발의만 하면 뭐하나. 아닌 말로 법안 발의 못 하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나. 될만한 법안을 발의해야 하고 일단 발의했으면 끝을 보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도급 관련 법안 24건 중 17건이 소관 법안소위조차 거치지 못하고 있다.

원도급사가 하도급사를 옥죄는 부당특약은 하루가 다르게 다양화·지능화되고 있다. 과징금 처분이 업체 구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분을 받아도 요리조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도 부당특약으로 인해 대가를 갈취당한다면 누가 일할 기분이 나겠나. 그런 상황은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기된 것이 부당특약 설정행위를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발의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사항이 없다.

그 외에도 △원사업자의 전속적 거래를 강요하는 계약조건을 부당특약으로 설정하고 △분쟁조정과 소송으로 다툼이 있을 때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정이 있을 때까지 소송을 중지하며 △손해배상 소송 제기 시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업체 피해구제를 위해 과징금 중 일부를 피해구제기금으로 활용하는 등의 불공정 하도급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에 반해 국민 권리,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규제 입법은 봇물 터지듯 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포털에 의하면 21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규제법안은 1133건이다. 출범 10개월인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법안 건수가 벌써 20대 국회의 규제법안 총 건수(3924건)의 30%에 육박하는 것이다.

대형 사건·사고가 나면 과잉·졸속에 처벌 수위만 높이는 규제법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근본적 대안 마련은 뒷전이고 여론만 의식한 결과이다. 마치 설사 나면 지사제 듬뿍 주고, 변비면 설사약 듬뿍 주는 식의 어리석은 땜질식 처방 같다. 죽어나는 것은 국민과 기업이다. 이러다가는 규제 만능 국가가 될 판이다. 발의한 법안은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으로 과잉규제에는 더 늦지 않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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