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토지의 소유자가 토양오염을 유발한 상태에서 그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매도한 경우, 그 토지를 매수해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해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토지의 소유자가 본인 토지에 폐기물 등을 불법으로 매립했다고 하더라도 그 토지를 매수해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16460 판결). 토지의 소유자가 폐기물을 매립한 행위는 제3자에 대한 행위가 아니므로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 매립한 행위 자체만으로 토지의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토지의 소유자가 토양오염을 유발한 다음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게 한 경우, 거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다66549 판결). 토지의 소유자가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이를 유통되게 했다면 현재의 토지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토지의 매수인 또는 전전매수인이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오염토양 정화비용의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토지의 매수인이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토지의 매도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다5303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토지의 매수인이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경우,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의 입장에서는 토지의 소유자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손해배상책임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매수인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다179, 186(병합) 판결]. 원심은 매도인이 토양오염을 추가로 유발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토지소유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매도인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추가로 토양오염을 유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매수인에게 오염토양 정화비용 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매수인이 토지의 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해 오염토양을 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므로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매도인이 토양오염을 유발한 경우 매수인이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매수인에게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토양오염을 유발한 이상, 토지의 매수인이나 전전매수인이 정화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반면 매수인(전전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오염토양 정화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화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근거로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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