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백 명대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시 4차 재유행에 대한 경고부터 백신 도입이 지연되면 국내 집단면역 형성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물론 걱정은 된다. 그런데 끝은 보이는 것 같다. 언제일지 장담은 못 하지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좋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다. 물론 지금보다야 여러모로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멀리 본다면 한국 경제의 안녕과 번영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성장잠재력의 약화와 경제위기의 상시화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향후 10년 내 1%대로 추락할 것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요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높지만 10년 후에는 미국보다 우리의 경제 성장 속도가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로 약 4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글로벌 경제위기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차이나리스크를 들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2028년경 중국 GDP가 미국 GDP를 추월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 규모의 추격보다 더 두려운 것은 질적인 경쟁력이다. 중국의 경쟁력 우위가 생산비용에서 기술로 넘어간 지 오래다. 특히, 한중 간 핵심기술의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미래 첨단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한국이 뒤지고 있다.

셋째, 재정 여력 고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괜찮다고는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자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 중인 가운데, 미래에도 많은 재정지출 증가 요인이 있고 저성장으로 인한 세수 부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넷째, 산업구조 고도화가 지연되고 있다. 여전히 중화학공업이 한국경제를 받치고 있다. 최근 2차전지, 바이오·헬스, OLED, 전기차 등 신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져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 산업의 수출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고도화의 핵심인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무게중심 이동 전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서비스업이 제조업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선진국들의 국민소득 3만 달러 전후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거의 비슷한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미·중 패권 경쟁의 고착화를 들 수 있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전략이 바이든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은 휴전 중이나 기술규제, 수출규제 등의 보다 고차원적인 중국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 걱정되는 점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 장악 전략은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하나의 시장 선택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의 안보회의체) 이슈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향후 군사, 외교, 무역, 기술 등 다방 면에서 미국의 중국 고립 전략은 동아시아의 긴장 관계를 유발시킬 것이고 과연 우리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비껴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미국의 국제 기후·환경 질서로의 복귀는 글로벌 규범에 의해 탄소배출 감축이 강제되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도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공언하면서 에너지·산업 구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정부가 개입하고 주도할 여지가 많은 에너지 분야는 큰 문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간이 중심인 산업 분야에서는 탄소배출 축소에 난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중화학공업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한국의 산업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의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지금 급한 것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기에 사실 코로나 이후를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만 살 것이 아니라면 미래를 걱정해야만 한다. 코로나 이후 펼쳐지는 많은 변화에 우리가 적응해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지나간 후 한국 경제가 순탄한 길을 걸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만 다음 세대의 미래를 열어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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