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하위법령 작업이 한창이다. 이 법은 이미 과잉 처벌, 모호한 규정, 현실과의 괴리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법 제정의 목적부터 따져보자. 기업인 처벌인가 아니면 산업재해 방지인가. 산업현장 사망사고로 기업인을 감방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중대 재해’의 개념 규정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법조문에는 ‘사망자 1명,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각각 발생한 경우’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업장 내 교통사고나 식중독,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한 사망은 여기에 포함될까. 치료는 입원, 통원, 요양 등 어떤 형태를 말하나. 이 법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에 의해 3중·4중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애매한 조항이 한두 곳이 아니다. 법인 벌금형의 면책조항인 ‘상당한 주의와 감독’이 어떤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대상이 될 경영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의 구체적인 범위도 정해진 바가 없다. 큰 사고가 나면 무조건 잡아들여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식의 원님 재판은 곤란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이 되려면 적정 공사비 확보가 필수다. 그중에도 안전보건관리비 확보가 중요하다. 2년짜리 공사가 10년으로 연장돼도 안전보건관리비는 2년 기준 그대로인 것이 현실이다. 총공사는 구속력이 없고 장기계속공사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관련 법 개정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고용노동부가 나서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아울러 안전보건에 관한 원·하도급 간 의무를 명확히 하고 저가 수주, 돌관공사 등을 자제토록 해야 한다.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를 줄이려면 ‘중대 재해’ 정의를 지금보다 엄격하게 고쳐야 한다. 예컨대 다수 사망자가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등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다.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하도록 한 조항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징역 하한선은 방화범이나 청부살인, 특수절도 같은 고의범에게 적용하는 처벌인데 이를 산업현장의 사고와 동일시 하는 것 또한 지나치다.

건설업계에서는 처벌 위주의 무리한 입법보다 실질적인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 예방전문기관 국가인증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모두가 하위법령에서 보완돼야 할 내용이다. 마침 정부 여당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까지 추진 중이다. 우선은 자제하면 좋겠다. 정 밀어붙여야 한다면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들을 수정·보완해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입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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