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3월16일 공개했던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에 대해 소유자 등 의견수렴 등을 거쳐 4월29일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했다. 3월16일부터 4월5일까지 진행된 의견수렴에서 공시가격을 조정해달라는 의견은 총 4만9601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3만7410건보다 1만 건 이상 증가한 것이고 14년 만에 최대 건수였다. 고가주택의 의견제출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30억원 초과 주택은 그 비율이 9.94%에 달했다.

이런 공시가격 의견제출 현황은 현재의 부동산 민심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성난 민심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에 참패를 안겼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국민의 조세 부담이 커진 걸 삼척동자도 다 알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놀란 정부·여당이 부동산정책 수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과정이 또한 국민 분노를 키운다. 오락가락 엇박자에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4월27일 처음 열린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확대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을 끈 종합부동산세 논의는 당내 이견으로 뒷순위로 밀렸다. 원래는 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과세 공시가격을 현재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런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재산세법 개정안도 여당에서 발의됐다. 그런데 종부세 인하를 주장한 의원들에게 친문 세력의 ‘문자폭탄’이 쏟아졌고,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지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고 한다. 이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민심보다 몇몇 소수가 주도하는 계파의 교조주의를 더 신봉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은 고쳐질 것이다. 6월1일 확정되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반기 내내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고지서 발송이 줄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종합부동산세는 내년 3월 치러질 차기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둔 11월 말에 고지된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다시 한 번 부동산 민심을 폭발시킬 정도로 우리나라 대선 주자나 국회의원들이 미련하진 않다. 결국은 ‘문파’의 문자폭탄보다 세금폭탄 고지서가 더 두려웠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난맥상을 지켜보고 있자니 씁쓸하다. 이 정권 사람들은 정말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도 든다. 취지는 퇴색되고 징벌적 과세 수단으로 전락한 부동산 세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집권여당이 손보는 게 맞다. 사실상의 증세인 이런 세제는 조세 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칫 세금 부담은 그대로 둔 채 금융규제만 풀었다간 전 정권때처럼  ‘빚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가 확산할까 두렵다. 사상 최저 금리가 유례없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유동자금은 틈을 보이면 순식간에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다. 모든 일은 끝맺음을 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뜻에서 시작됐다 하더라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면 실패한 정책이다. 또 이를 알고 한시라도 빨리 바로잡는 게 국민이 정부와 여당에 맡긴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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