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41∼46시간 근무하다 심근경색 사망…법원, 산재 인정
초과근무 시간이 법령이 정한 기준보다 적더라도 20여년간 해온 업무와 다른 일을 맡아 스트레스가 과중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대전에 있는 한 공공기관 직원 ㄱ(사망 당시 52세)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1996년부터 한 기관의 연구직으로 일해온 A씨는 2018년 6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으로 발령받았다. 매주 1~2회 2~3시간씩 야근이 있었다. 2019년 4월 회사 근처의 산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게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만한 업무상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하지 않는다고 처분했다. A씨가 사망하기 전 12주간 주당 41시간22분, 4주 동안 주당 46시간56분, 1주 동안 44시간11분을 각각 근무했는데, 이는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 유족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용부 고시는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사망 10개월 전부터 팀장으로서 예산·인사·보안·기술기획·연구계획 등 업무를 총괄했다”며 “행정업무 전반을 포함할 뿐 아니라 업무량이나 범위도 방대해 상당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술료 배분 업무는 연구개발자 수백명에게 성과를 나눠주는 것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어 A씨가 일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며 “스트레스를 겪으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게 급성 심근경색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