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출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수출 실적은 전년동월 대비 41.2% 증가한 512억 달러로 역대 4월 기준 1위에 해당된다. 나아가 5월 1~20일 기준 수출도 전년동월 대비 5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수출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실제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3.3%에서 2021년 6%로, 그리고 국제 교역량 증가율도 2020년 -8.5%에서 2021년 8.4%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이면서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G2(미국,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을 보면 물론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겠지만, 미국이 전기대비 연율 6.4%, 중국은 전년동월 대비 18.3%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IMF는 올해 미국은 6.4% 중국은 8.4%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으나, 최근의 분위기를 고려해 보면 양국 모두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성장 속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0년 우리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가는 비중은 40%를 넘어선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빠른 경기 회복세는 우리 수출의 호황과 직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021년 우리 수출은 역대 최고실적이었던 2018년의 6049억 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다섯 개의 그레이 스완(Gray Swan)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여전한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야 백신 보급의 확대로 방역상황이 나아지면서 세계 경제 전반의 회복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내년은 모르겠으나, 올해 내에는 여전히 코로나19 상황 변화에 따라 세계 경제 흐름이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글로벌 경제의 디커플링이 우려된다. 이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경기 회복 속도의 문제이다. 선진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신흥국은 백신 확보 경쟁에서 밀려 있어 방역상황의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인도의 확진자 수 급증이 그 좋은 예이다.

셋째, 금융시장의 긴축발작이 세계 경제를 다시 추락시킬 수 있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맞아 대부분 국가들이 극단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신용이 급증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리더인 미 연준이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이 임박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사례의 데자뷔가 분명 다가오고 있다.

넷째, 2차 유럽재정위기의 가능성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12년과 2013년 유럽의 재정위기가 발생했었다. 위기는 위기를 부른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재정위기로 이어졌다면, 지금 또 재정 상황이 악화된 유럽 내 취약국들이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 1차 재정위기 당시 EFSF(유럽재정안정기금)가 설립돼 있어 그나마의 안전장치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회색 코뿔소(Gray Rhino)는 여전히 다가오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20년 훌륭하게 경기 침체 방어에 성공한 데 이어 2021년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된 회색 코뿔소(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이 다시 높아지는 점을 주목한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전방위적 중국 견제가 지속될 경우, 산업경쟁력 약화와 세계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세계 경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 강도가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큰 경제위기 이후의 회복 과정은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 우리의 예상 경로를 항상 벗어난다. 겁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극단적인 비관론에 사로잡혀서도 안 된다. 시장의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오늘의 생각이 어제와 같아서는 안 된다. 중장기 흐름은 좋아질 것이라는 스탠스에 두어야 하겠지만, 더블 딥(Double Dip, 이중침체)이나 소프트 패치(Soft Patch, 일시정체) 가능성에도 대응해야 한다. 그동안 위축됐던 경제 활력이 이제 제자리를 찾으려 한다. 가계든 기업이든 위험을 슬기롭게 피해가면서 자신의 소득이나 이윤을 지켜낼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한 순간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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