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업계 상생협약 선언식 및 모범사례 발표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굴지의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해 하도급업체들과 상생을 외치며 각자 각종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이날 하도급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 해소를 위해 선급금 지급 비율을 확대하고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 정착을 위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100% 활용하고 하도급대금도 현금지급 하겠다고 장담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다짐이 있었다. 바로 하도급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특약 설정행위를 현장에서 근절하겠다는 선언이 그것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나서 마련한 자리였던 만큼 하도급업계도 각종 불공정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행사가 열린지 채 한 달도 안 돼 여기 참여한 대형건설사 현장에서 부당특약을 설정한 사례가 나왔다. 이건 외에도 다수의 현장설명서에서 버젓이 담겨 있는 부당특약이 발견됐다.

이를 본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정말 저들을 믿고 이런 자리를 만드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며 “이제 속아주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최가 정부였든 대형건설사였든 “상생하자”며 마련된 선언식은 그간 무수하게 많았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불공정행위가 개선된 적은 딱히 없다는 게 업체들의 목소리다.

“속아주는 게 더 힘들다”는 한 전문업체의 처절한 외침처럼 이제 정부든 국회든 자율적 기회보다는 강력한 처방전을 내놓을 때가 됐다. 바로 ‘부당특약 무효화’ 등이 이것이다. 매번 매보다는 당근을 들어 회유했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부당특약 원천 무효화 법안을 비롯한 하도급자 보호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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