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대란의 양상이 심상찮다. 다른 건설자재도 값이 덩달아 폭등하면서 건설업계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나서고 민간도 협조하지 않으면 모든 건설업계가 쓰나미급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우선 철근 자체가 품귀이고, 있다 해도 너무 비싸다. 올 초 톤당 70만원이던 철근 평균 유통 가격이 지난달 21일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7월의 108만원을 경신해 역대 최고치이다. 그나마 건건이 현금을 요구받는다. 와중에 일부 유통사들은 매점매석까지 하고 있다. 제강사와 유통사, 건설사 간의 신뢰나 상도의가 무너져가고 있다.

철근 가격 폭등 원인은 크게 서너 가지로 집약된다. 직접적으로는 중국과 국내 제강사의 철강생산 감산 때문으로 파악된다. 통상 10년 주기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일부 원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나 이번은 과거와 사정이 다르다. 과거에는 글로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었다면 지금은 국제경제·외교안보·환경문제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나 탄소중립 그리고 코로나19 상황 호전에 따른 각국의 수요 증가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늑장 대응, 안일한 대처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비상 상황에 평시 매뉴얼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철강생산 감산은 지난해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탄소중립을 천명한 것과 관계가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를 탄소중립행동계획 원년으로 선언하고 탄소배출이 가장 심한 철강 생산량 감산에 나섰다. 이어 내수를 위해 철강 수출도 사실상 통제하자 글로벌 철강 공급난과 함께 우리나라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언제까지 중국산 유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제강사들이 나서 줘야 하는데 이들은 올해 이미 ‘최적생산 최적판매’ 경영전략으로 생산량을 줄인 상태다. 더욱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쌍용 C&E 공장은 산재 사고로 각각 지난달 8일, 14일부터 가동중단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쓰듯 지금이야말로 긴급 철강 수급 지원책을 써야 할 때이다.

철근 등 건설자재 대란이 계속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뻔히 예상된다. 공사비 증가로 인한 원·하도급간 분쟁이 첨예화하고 공기연장과 계약 포기에 폐업 도미노까지 우려된다. 규모가 작은 건설사일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타격이 크다. 여하히 공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

우선 국내 제강공장부터 가동해야 한다. 정부 부처 간 ‘핑퐁 행정’ 하지 말고 범부처 차원의 정책조정이 필요하다. 제강회사와 유통사, 건설사 간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 한 푼이라도 더 챙기고 혼자만 살겠다는 탐욕을 부리다가는 같이 망한다. 반도체가 미래 전략자산이라면 철근 등 원자재는 이보다 족보가 더 오래된 기초, 기본자산이다. 근본적 대책을 함께 수립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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