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건설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초여름 본격 장마가 오기 전 한창 공사에 피치를 올릴 때다. 매년 6월18일은 건설의 날이다. 과거 건설부 출범일이다. 연례행사이기에 특별할 건 없지만 올해는 좀 착잡한 느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집값 폭등, 철근 대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내부정보 이용 땅 투기 사건 등 광풍이 일었다. 다만 최근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100을 넘는 등 건설 경기 전망 자체는 회복세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건설업계는 새로운 도전과 역경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가보지 않은 길들이다. 선택 여하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우선 외부환경은 녹록지 않다. 동시대인 모두의 불행인 전염병 창궐은 아직도 종식 여부가 불확실하다. 기후변화에 폭염, 폭우, 미세먼지 같은 자연재해 급 장애물들이 건설현장을 덮치곤 한다. 와중에 건설업계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헤쳐가고 있다. 45년 만에 바뀐 건설생산체계 개편이 그것이다. 오랜 준비를 거쳤음에도 막상 시행하고 보니 불합리, 시행착오들이 나타났다. 전문건설과 종합건설 간 업역 칸막이를 제거해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한 데 따른 일부 부작용이다.

어떤 면에서는 공공발주처의 이해 부족이나 안일한 대처도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더욱이 아직도 대기업·원도급·갑으로서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노골적이고 민망한 방식으로 약자를 누르려고 한다. 큰 공사, 소규모 공사 가리지 않고 왕성한 식욕을 채우려 한다. 서로 상대가 있는 게임이란 점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문과 종합이란 점에서는 서로 이해가 상충할 수 있으나 건설이라는 큰 틀에선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다. 지나친 경쟁과 반목, 상대방 짓누르기는 제 얼굴에 침 뱉기요, 남들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서로 양보할 것은 하면서 한편으로는 변화된 미래환경에 각자가 대비해야 한다.

지금 건설업계에는 공동의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오는 7월1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다. 별도 유예기간도 없다. 영세·중소업체들은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다. 시행을 연기하거나 계도기간 부여가 절실하다. 유연근로시간제 등 보완책을 대폭 마련해야 한다. 적정공사비 확보도 해묵은 숙제이다. 이는 웬만한 문제점들의 출발점이다. 현장 건설인들의 임금이나 공사 안전, 품질 등이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공사비를 제대로 쳐 줘야 양질의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늘 새겨야 할 점은 현장의 안전의식, 안전 관리이다. 사고에 대한 처벌만능주의, 과잉 처벌 남발도 문제지만 평소 업계 스스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사고방지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업계는 BIM(건설정보모델링) 등 신기술 도입과 융합에도 앞장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건설의 날이 관련 부처 생일이 아닌 진정한 건설인들의 생일이 되면 좋겠다. 행사와 포상으로 끝날 게 아니라 각종 규제 철폐 등 실질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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