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또 한번의 부동산대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에도 ‘주택시장안정’을 위해서다. 내용을 보니 핵심은 종합부동산세를 공시지가 상위 2%에만 부과하는 것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부동산세금을 경감하겠다는 얘기다.

벌써 몇번째 대책인가. 20번이 넘고 나서부터는 몇번째 대책인지 세어지지도 않는다. 이번 대책은 기존 대책과 기조도 다르다. 그간 대책들이 부동산세금 강화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부동산세금 완화다. 세금을 줄이면 집값이 잡힌다는 뜻일까? 도대체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주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 정권이 1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대책을 부랴부랴 또 꺼내는 것은 내년 대선 때문 아닌가. 지난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고 지금은 여야의 지지율도 뒤바뀌었다. 여당은 여론의 변심이 부동산 정책실패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분석은 맞다. 그러나 처방이 틀렸다. 여론이 등을 돌린 것은 무지막지한 집값 상승 때문이다.

종부세·양도세 완화로 과연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세금 감면은 부양정책이다. 오히려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여당안이 발표된 이후 다시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얘기가 들린다. 안그래도 강남은 오세훈발 재건축 기대가 큰 지역이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또 뛴다면 내년 대선은 보나 마나다. 부동산세금을 깎아줬다고 표를 줄 유권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경제학에서는 ‘샤워실의 바보’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의사결정을 한 뒤 그 판단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또 다른 의사결정을 내려서 결과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샤워를 하려고 뜨거운 물을 틀었다가 너무 뜨겁다며 얼른 찬물로 돌리고, 그러자 너무 물이 차갑다며 다시 뜨거운 물로 수도꼭지를 돌리다 보면 물만 낭비하고 정작 샤워는 하지 못하는 것에 빗댔다.

지난 4년간 정부가 발표했던 부동산 정책이 딱 그랬다. 정책이 발표돼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에 방향을 바꾸는 일이 흔했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도 그랬다. 임대사업자등록제도는 원래 집값은 안정됐지만 전월세 가격이 뛰던 박근혜 정부때 전월세 가격안정을 위해 본격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뛰고 전월세 가격이 안정된 시기에 제도를 대폭 강화하면서 집값 폭등의 불씨가 됐다. 여당은 이번 제도개편에서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지금은 임대차3법 시행으로 전월세 가격이 불안정한 시기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정책이 뒤죽박죽되면서 시장에 주는 시그널도 뒤죽박죽이 됐다. 정부가 임대시장 안정에 주안점을 두는지 혹은 매매시장 안정에 주안점을 주는지 시장은 알 수 없게 됐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을 함께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종부세 완화안은 세법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종부세 과세를 공시지가 상위 2%에게만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세금을 과세표준이 아닌 과세자 비율로 매긴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상위 2%로 과세기준을 정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우려된다. 그가 2%에 들면 내가 2%에서 빠지는 제도라 갈등의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비교대상이 감정가인 공시지가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실거래 가격이 아닌 감정가인 만큼 불복할 여지가 커진다. 매번 공시지가 발표 때마다 적합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다음 정권의 몫으로 남겨놓는 것이 순리에 맞아 보인다. 여야 후보가 새로운 정책을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대선에서 평가를 받는 게 정책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좋다. 현 정권은 남은 기간, 그간 발표했던 정책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라.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터라 그것도 실은 쉽지 않다. 마무리투수의 역할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끝내는 것이지, 불을 지르는 게 아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