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경쟁입찰에서는 △충분한 계약이행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입찰공고나 입찰설명서에 명기된 평가기준에 따라 국가에 가장 유리하게 입찰한 자 △그 밖에 계약의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특별히 기준을 정한 경우에는 그 기준에 가장 적합하게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국가계약법 제10조 제2항). 이에 따라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의 순으로 당해 계약이행능력을 심사(적격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적격심사 낙찰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제5항)

이러한 적격심사 낙찰제는 물품, 용역, 시설공사 전반에서 각각 세부심사기준을 달리해 운영되고 있고 현재 공공입찰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다만, 20년 넘게 가격요소를 중심으로 유지돼 온 적격심사 낙찰제에 대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의문을 던져볼 내용이 있다.

먼저, 적격심사 낙찰제 참여자의 낙찰조건은 ①낙찰하한선 이상으로 최저가격을 입찰한 자부터 순서대로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는데, ②최저가 입찰자부터 입찰가격과 계약이행능력을 심사, 적격통과점수 이상을 획득해야 하기에 동 계약이행능력이 높을수록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야 낙찰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계약이행능력이나 기술력이 좋은 공급자가 좀 더 높은 대가를 원하고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시장원리의 기본 속성임에 비춰 현재의 적격심사 낙찰 평가제도는 재론의 여지가 있다.

두 번째, 낙찰하한율에 근접한 최저가 입찰자의 낙찰 가능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은 적격심사 낙찰제를 공공입찰에 있어서 대표적인 운찰제도(운에 의해 좌우되는 입찰제도)라는 인식을 야기했고, 최근에는 관련 가격투찰 금액을 예상해 제시해 주는 컨설팅마저 성행하는 실정이다.

세 번째, 적격심사제도는 시설공사로부터 기원돼 기술용역, 물품제조·구매로 제도가 확대 적용돼 왔는데, 도입 당시 시설공사 순공사비 수준으로 고려된 것이 예정가격 대비 88% 기준이며, 이로부터 낮은 가격의 투찰자에 대해 가격평가점수가 체감하도록 돼 있다. 시설공사를 포함해 물품, 용역 계약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예정가격 대비 88% 기준의 적정성 여부 문제와는 별개로, 시설공사에서 유래한 예정가격 대비 88% 비율이 물품제조·구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2014년 EU에서는 회원국 조달법규의 기준이 되는 공공조달지침 개정을 통해, 기존에 유지해오던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과 ‘최저가입찰’이라는 두 가지 입찰의 낙찰기준을,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이라는 단일 낙찰기준으로 변경한 바 있다. 비록 이러한 변화가 최저비용기준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과 관련해서는 낙찰 당시의 가격보다는 생애주기비용을 강조하는 제도적 변화라는 평가가 많다.

공공조달을 통한 정부의 구매활동은 보조금지급 등 다른 직접적 재정지원정책에 비해 해당 기업의 매출증대와 건전한 영업활동,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선순환구조 제공에 있어 배가된 의미를 지닌다. 현행 적격심사 낙찰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좀 더 합리적인 공공시장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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