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공로(公路)란 불특정 다수인인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입니다. 누구든지 공로를 통행하고자 하는 자는 그 도로에 관해 다른 사람이 가지는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그 도로를 통행할 자유가 있습니다. 만약 제3자가 특정인에 대해 도로의 통행을 방해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를 침해했다면, 통행을 방해받은 자는 방해의 배제나 장래의 방해를 예방하기 위해 통행방해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다63720 판결 등 참조).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됩니다. 법원은 일반 공중의 공로 이용으로 인한 소유권 행사의 제약이 토지의 소유자가 수인해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봐야 합니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등 참조).

최근 대법원은 공로를 둘러싼 권리관계에 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안에서 A는 2014년 김천시에 위치한 임야를 매수했습니다. 해당 임야에는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가 있는데 이는 B가 운영 중인 사찰로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로서 승려, 신도 탐방객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A와 B는 각각 김천시와 A를 상대로 이 사건 도로의 이용에 관한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A는 불특정 다수인이 이 사건 도로를 통행함에 따라 자신의 소유권이 방해된다고 주장하면서 김천시를 상대로 이 사건 도로의 포장철거·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은 A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도로가 아주 오래 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고,김천시가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농어촌도로로 지정해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공로’임을 전제로, A가 이 사건 도로의 철거·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한편 B는 A를 상대로 통행권 확인 및 통행방해 금지를 청구했습니다. B는 이 사건 도로에 관한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했습니다. 원심은 B에게 이 사건 도로에 관한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B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민법 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은 통행로가 없는 맹지를 공로와 연결하기 위해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이미 공로에 연결돼 있는 토지의 소유자에게 주위통지통행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B가 공로인 이사건 도로를 자유로이 통행하는 것은 보장된다고 하면서 B의 통행권 확인 등을 인용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80236 판결).

어떤 토지가 불특정 다수인인 일반 공중의 통행에 이용되는 공로라면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공로에 관한 일반 공중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토지 이용과 관련된 분쟁에 있어서, 토지 소유자가 공로 이용으로 인한 소유권 행사의 제약을 수인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