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사이다. 한쪽은 편리한 시설과 빌딩이 들어선 현대도시이고 다른 한쪽은 늙고 낡은 구식 동네다. 규제를 풀고 안 풀고의 차이이다. 첨단과 편리함을 생각하면 규제를 모두 풀어 신식도시를 만들면 최고다. 이 경우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이든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난개발과 교통, 교육 문제 등 현실적 이슈들이 얽혀있다. 기존 토지·건물 소유자의 재산권·보상 같은 문제들도 있다. 여기에 정치와 선거가 개입하면 더 복잡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을 반대했다가 나중에는 격차를 비난하기도 한다. 

재개발은 기존 건물이나 시설이 낙후돼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사업을 통해 지역 전체를 새롭게 정비하는 일이다.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불량 건물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다. 또한, 상·공업지역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도시 환경개선 사업이나 신도시 개발 사업을 일컫는다. 이에 비해 재건축은 특정 건물이 대상이다.

예컨대 낡고 오래된 주택·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시공하는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공통분모는 낡은 곳을 새로 시공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서 보면 도시재생사업도 비슷하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이 부수고 새로 세우는 하드웨어 방식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도시재생은 기존 주택이나 공간, 경관, 문화 자원을 훼손하지 않은 채 시설 등을 개보수하면서, 주민 참여도 중요시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이다. 하지만 그동안 도시재생이 ‘보존’에 특별히 더 무게를 두다 보니 개발이나 정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개발과 보존을 함께 하는 것이다. 미래 첨단도시로 도시를 재생하는 것과 동시에 옛것을 최대한 보존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리라. 

도시재생 하나로 성공한 사례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수두룩하다. 비단 도시재생이 아니라도 문화예술 공간 하나만으로 도시 전체가 세계적으로 ‘뜬’ 사례도 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가 대표적이다. ‘빌바오 효과’란 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그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말한다. 쇠락해가던 스페인의 지방 공업도시 빌바오가 1997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경제적 부흥을 이룬 데서 비롯된 용어이다. 빌바오는 이후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 수조 원의 경제부흥을 이뤄내고 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작품’이 우리나라 통영에도 시도됐으나 무산됐다. 2007년 진의장 당시 통영시장은 직접 프랭크 게리를 찾아가 설계를 의뢰하고 사업을 추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진 시장의 구상은 바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국제음악당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이었다. 실패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개발 정책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비용·편익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경제성·민주성·성찰성과 함께 인간 존엄성을 특히 중시해야 한다. 단, 선거와 포퓰리즘에 의해 휘둘려 자손 대대로 짐이 될 일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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