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찾아온 올여름 장마가 한창이다. 7월 들어서 장마가 시작된 것은 1982년(7월5일) 이후 39년 만이다. 늦은 등장만큼이나 규모나 기세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예보다. 건설현장은 작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과 최장기간의 장마, 그리고 역대급 폭우로 호된 시련을 겪었다. 올해도 바짝 긴장하면서 분주하다.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장마철에는 건설현장에서 오히려 사망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 옥외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몇 달간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있다. 같은 시기 철근을 비롯한 자재 수급난 등으로 공정관리에 차질이 생긴 현장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빠듯한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작업량이 집중되다 보면 안전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는 기본이고 토사 유실이나 지반·시설물 붕괴 등의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감전이나 수직갱·맨홀·정화조 등 밀폐공간 질식사고 등도 흔히 발생한다. 지난 4일 첫 장맛비에 벌써 서울 강남·북 일대서 건물 외벽이나 공사장 가림막 등 시설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더 튼튼하게 방비해야 한다. 천재지변, 자연재해라도 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적어도 인재(人災) 사고는 ‘0’으로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이미 매뉴얼화 돼 있다. 여기서도 기본과 상식이 제일 중요하다. 집중호우는 모든 것을 침수시키고 붕괴시킬 수 있음을 발주처와 건설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귀찮더라도 철저한 사전교육과 대비가 먼저이다. 수해 방지 자재·장비를 바로 쓸 수 있도록 비치해야 한다. 위험 공사일수록 전체 작업장과 인력들 사이의 실시간 통신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무거운 장비 등을 경사면이나 취약지반에 올리지 말 것과 흙막이 보강 및 붕괴·감전 대비조치는 기본이다. 특히 지반 굴착작업이나 콘크리트 타설 작업 시 붕괴위험이나 전기 설비 운영 시 감전 위험, 고소작업 시 추락위험 등은 가장 잘 아는 내용인 만큼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장마가 지나면 곧바로 폭염이다. 때론 장마보다 더 무서운 게 주로 8월 말 9월 초에 닥치는 태풍이나 집중호우이다. 장마가 지났다고 방심했다가는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를 맞을 수 있다. 올해 공사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수다. 지나치리만큼 엄격하고 확실하게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실 장마와 폭염, 폭우를 이겨내더라도 건설업계의 시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장마, 폭우, 공기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과 보상을 놓고 곳곳에서 분쟁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마, 폭우 등에 철저히 대비를 하되 이를 사진 또는 동영상 등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 나중을 대비해야 한다. 정부도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기연장과 손해배상을 회피하지 않도록 미리 세부 지침을 마련해 계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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