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위주의 안전규제 강화가 건설현장의 재해를 드라마틱하게 줄일 수 있을까? 필자는 단기적으로 소폭 감소 또는 아예 영향이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처벌 위주의 규제만으로는 재해를 발생시키는 종합적인 요인을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전은 기계설비·장치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근로자의 심리, 행동특성, 주변환경, 경영여건 등 종합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즉, 재해는 여러 요인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총체적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의 안전정책 흐름은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건설안전특별법 발의 등 안전규제 강화 일변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건설현장의 안전은 처벌을 통해 관리상 결함을 최소화하는 제도 개선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안전규제 강화를 넘어서 실효적인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따라서 건설현장의 재해를 근원적이며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건설기업의 자율에 기반한 안전관리 체계로 변모해야 한다. 법적인 규제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도 안전 관련 사회적·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고, 안전한 건설현장 구축을 위해 책임을 갖고 규제 규율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한, 건설근로자의 참여와 경영진의 적극적 지원하에 안전제일의 경영방침과 의지가 시스템화돼야 한다.

둘째, 스마트 건설안전이 확산돼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은 이상징후 혹은 중대결함을 조기에 찾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이런 기술과 접목된 스마트 건설안전은 사고징후 자체를 예측하고, 근로자 각각의 맞춤형 안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근원적 재해예방이 가능하다. 스마트 건설안전이 널리 활용되기 위해 정부는 건설기업에게 할부제, 보조금 지급 등 재정적 지원 확대, 공공공사 입찰 시 가점 부여, 다양한 안전정보 생산과 개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건설기업도 재해로 인한 사후적 비용을 지출하기보다 스마트 건설안전에 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확보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셋째, 건설현장별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가 정착돼야 한다. 특히, 건설재해 대부분이 발생하는 소규모 건설현장은 안전관리 감독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영세하다는 이유로 법률에서 정한 책임과 의무가 간과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규모 건설현장의 재해 집중도와 여건을 고려해 책임 각성과 지원에 기반한 안전확보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처벌이 아닌 계도 목적의 근로감독 빈도를 높여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각성시키되, 접근성 높은 지원사업과 교육을 동반해 자율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재정 지원을 통해 첨단기술 도입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건설현장의 재해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행에만 치중할 경우 언제든지 인적 오류에 의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안전규제 강화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건설기업이 자율적으로 선제적인 재해예방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처벌 위주의 안전관리는 재해예방의 정답이 아니며, 이를 넘어서 기업 자율, 스마트 기술, 사업장 특성에 기반한 안전관리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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