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모호하고 불명확한 용어가 구체화되고 의무와 책임의 범위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아울러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중대재해법은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토록 하고 있다.

시행령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안전보건 경영 방침 설정 △유해·위험 요인 점검·개선을 위한 업무 처리 절차 마련 △안전보건 전문 인력 배치 △안전보건 인력 및 시설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 편성 등으로 규정했다.

중대재해 방지에 있어 사업주의 관심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안전의 확보, 사고의 방지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법을 통한 ‘처벌’이 아니라 재해율이 낮은 사업주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고 강력한 행정적 ‘인센티브’가 선행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1996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시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자에 대한 벌칙을 상향 조정했음에도 다음 해 사망만인율은 오히려 0.06‱ 늘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또한 정부의 역할을 ‘사업주 등에 대한 지원 및 보고’라는 소극적인 형태로 명시할 것이 아니라 재해방지를 위한 보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정부 역할을 규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중대재해에 초점을 둔 것을 제외하면 정부 역할은 사실상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주장한 사람들이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지난해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 사업장의 80%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에 맞는 중대재해 방지 방안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 사고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정보의 축적과 공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재뿐만 아니라 예견치 못한 재해 발생에 대한 정보를 지체 없이 다른 사업장에 알리도록 시스템화하는 방안의 도입은 유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OECD 내에서도 높은 수준의 산재 사망률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은 1965년 8.9‱였던 사망만인율을 2020년 1.0‱로 감소시켰다.

그러나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사람의 생명이다. 0.001‱라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며, 정부를 중심으로 한 사업주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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