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공사 하자담보책임 운영지침 제정안’ 배경과 의미
전건협, 작년초 TF 구성해 적극 대응… 정부·국회 변화 이끌어
기산일 명시·책임기간 공종별 세분화로 원청사 악용 차단 개가
“2년내 하자 없으면 유지관리의 문제” 책임기간 줄이는 게 숙제

하도급업계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하자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운영지침’ 제정안이 마련됐다.

그간 뚜렷한 기준이 없어 원도급업체들의 책임을 하도급업체에게 불합리하게 떠넘기는 등 갑질 배경이 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개선을 요구해 온 대한전문건설협회(전건협) 등 전문건설업계는 이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지침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하도급 업체들에 가장 큰 부분은 하자담보책임 기산일 산정 시점의 명확하다. 그간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부당하게 부담을 떠안아 왔기 때문이다. 다수의 종합건설업체들이 불명확한 기준을 악용, 하도급업체 공사 완공일이 아닌 원도급업체 공사 준공일로부터 하자보수기간을 개시토록 하는 방식으로 하자보수 책임기간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 부당 전가해 왔다.

이에 이번 지침에서는 하자담보책임 기산일 산정 시점을 원도급공사의 준공일이 아닌 하도급 공사의 완공일과 목적물의 관리·사용을 개시한 날 중에서 먼저 도래한 날로 못 박았다.
지침은 하도급업체의 하자담보책임 범위도 구체화했다. 원도급업체의 전체공사가 아닌 하도급받은 공사로 분명히 했다. 하도급업체 책임이 아닌 부위까지 하자보수를 강요하는 등의 갑질이 방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사종류별 하자담보책임기간 적용기준을 세분화했다. 기존에는 세부공정별 보수기간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고 5~10년을 일괄 적용해 하도급업체들의 손해가 컸다. 이를 세부 공종별 하자담보책임을 적용하게 해 1~3년으로 대폭 낮췄다. 터널을 예로 들면 현재 일괄 5~10년을 적용하던 것을 터널 내 포장공사는 2~3년, 차선도색과 타일은 1년으로 구분케 했다.

◇업계, 하자 제도개선 위해 어떤 노력 펼쳤나=이번 운영지침 제정안 마련은 전문건설업계의 꾸준하고 강력한 노력의 쾌거로 평가되고 있다. 매년 하자 문제로 인한 하도급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자 전건협 중앙회(회장 김영윤)는 지난해 초 ‘건설업 하자 개선TF’(위원장 윤학수)를 구성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전건협과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는 정부와 국회에 하자 관련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등 1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 끝에 국회 국토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의원(국민의힘,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이 올 1월과 4월 하도급업체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의 기산일을 명확히 하고 하자담보책임기간 10년, 5년을 삭제하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2건과 하자분쟁 조정대상에 하수급인을 포함하게 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어 6월에는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동갑)이 하자담보책임 면책요건을 확대하는 내용의 건산법 개정안을 내놨다.

특히 이번에는 국토부에서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운영 지침’을 마련케 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실제로 해당 지침에는 TF 등 업계에서 제시한 제도개선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
윤학수 위원장은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하도급 업체들의 하자 관련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건설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품질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건설업체에게 주어지는 하자 책임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자책임기간을 현실에 맞게 대폭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공상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 길어도 2년 이내에는 문제가 다 불거지는 만큼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설정되는 하자 책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업계에서는 최근 1~3년이 넘어가는 하자는 사용하다 발생한 케이스로 유지관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자 개선TF를 주축으로 한 업계도 향후 이런 하자 책임 부분의 현실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TF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3년 내에 발생하지 않는 하자는 시공상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이제는 하자와 유지보수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사별 설정되는 현재 하자담보책임 기간을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학수 위원장도 “건축물 생애주기비용(LCC) 개념이 이미 수년 전 도입되는 등 시대적 흐름이 바뀌고 있다. 건설업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건축물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파손되거나 고장 난다. 이를 10년이 지나서 제조사에게 고쳐내라고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현실에 맞게 하자 정도에 따라 세부적인 기간 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1~3년 이상 장시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하자 문제는 유지관리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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