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코로나19와 국토 전환’ 책자 발간

자가격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쪽방촌 주민과 수입이 끊겨 집에서 내몰릴 위험에 처한 저소득 임차가구 등 코로나19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23일 기획단행본인 ‘코로나19와 국토 전환’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작년 초 코로나19 국내 감염자가 나온 이후 TF를 구성해 다양한 대응연구와 정책 지원 활동을 수행했다. 책자는 이와 같은 연구원의 활동을 결집한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 문제와 주거복지 정책의 그늘을 조명하는 보고서가 눈에 띈다.

정소영 도시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감염보다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 보고서에서 주거불안을 호소하는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도심 쪽방촌 2곳과 지방 경사구릉지 2곳, 공단 배후지역 1곳을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다. 취약지역 주민들은 작은 공간에 밀집해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한 쪽방촌 주민은 “이곳 방 1개에 5명이 사는 집이 있는데 그 집 아빠가 자가격리 명령을 받았지만 어떻게 자가격리를 하겠느냐”라며 “보건소 직원에게 불가능하다고 하니 직원이 ‘왜 방이 한 칸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여전히 공동세면장, 화장실이나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구들이 취약지역에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려고 해도 이웃 간 불가피한 대면접촉 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취약지역 주민 대부분인 연세 많은 어르신에게 경로당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취약지역에는 냉난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가구들이 많아 혹서기, 혹한기 때 경로당이 제공했던 쉼터의 역할을 대신해줄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미선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감염병 시대, 당신의 거처는 안전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원래 취약했던 가구가 더욱 위기에 몰리는 모습을 파악했다.

이들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비주택에 거주하거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높은 이들이다.

박 센터장은 “아직도 국내에 100만이 넘는 가구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계속 줄고는 있지만 지역별로는 수도권, 소득별로는 저소득층, 점유형태별로는 월세 가구, 가구형태별로는 1인 가구의 취약성이 여전히 심각하게 남아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불안정 직업군이면서 보증부 월세나 순수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1인 가구는 132만6000가구에 달한다”라고 덧붙였다.

민간임대 거주 가구 중 25만의 1인 가구는 실업 시 월세 지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16만 가구는 6개월 이상, 27만 가구는 1년 이상 수입이 없을 때 주거불안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언론에 등장하는 주택 관련 기사는 온통 ‘어디가 몇억이 올랐네’, ‘종부세가 얼마나 늘었네’ 같은 류의 것들뿐”이라며 “주거정책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취약계층과 주거상실의 위험에 놓인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취약계층의 주거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의 재구조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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