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기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합의한 것으로 사실상 여당 뜻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조치로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18만명에서 9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공시가격 상위 2%를 공시가격으로 환산하면 10억7000만원쯤 된다고 하니까, 당초 과세자 비율로 과세하려던 것을 과표로 바꿨다고 보면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황당한’ 조세체계에서는 벗어나게 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종부세 완화라는 뜻은 끝내 관철시킨 셈이 됐다.

종부세 부과기준 완화는 기본적으로 역진적인 부자감세의 성격을 띈다. 이번 조치로 혜택을 받는 계층은 과세에서 제외된 9만명이 아니다. 18만명 전부가 혜택을 본다. 그중에서도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계층은 기존에 종부세를 내고 있었을 9만명의 상위 과세자다. 특히 집값이 비싸면 비쌀수록 감면액은 더 커진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공시가 15억4560만원(시가 20억원 추정) 아파트는 2만7000원 종부세가 감면된다. 반면 공시가 23억4000만원(시가 28억원 추정) 아파트는 종부세 100만원이 줄어든다. 고액 주택일수록 감면액이 커지는 것은 종부세가 누진세율 체계라서 그렇다. 종부세율은 최저 0.6%~최고 3.0%다. 공제액이 커지면 과세표준이 하락하고 이때 과세구간이 바뀌어 낮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종부세 완화는 시민들에게 “무조건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산세를 감면해줬고, 양도세부과 기준도 12억원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종부세 완화까지 더하면 1주택자는 ‘트리플 감세’ 혜택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안 사고 전세로 있는 것은 ‘벼락거지’를 자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반면 집을 가진 사람들은 당장 집을 팔 유인이 줄어들었다.

집값이 올라도 세 부담은 늘지 않기 때문이다. 매물잠금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런 식이라면 공공주택 확대 정책도, 공급물량을 늘리겠다는 정부정책도 믿을 수 없다. 기존 주택소유자의 자산가치를 깎는 불편한 정책은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줄어드니 집값이 계속 자극을 받는다. 여기다 야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까지 더해졌다. 서울수도권의 집값이 7, 8월에도 역대급으로 오르고 있는 이유다. 금리인상과 긴축에 대한 우려로 증시와 가상통화, 원자재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과는 비교된다.

최근 집값 급상승은 코로나19로 풀린 과도한 유동성을 빼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불씨가 대형화재로 커지고 갈수록 더 번지는 데는 정책실패라는 산소가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시중에서는 “차라리 정책을 내지 말라”는 말이 나올까. 최근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가격 안정이 목표가 아니라 내년 대선을 겨냥한 득표전략처럼 보인다면 기우일까.

요즘 20대들에게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이 필수가 됐다고 한다. 이율은 낮지만, 가입기간이 길수록 아파트 당첨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이 로또가 돼버린 세상에서는 당연한 생존법인데도 서글프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중 서점가에서는 자기계발책이 사라지고 부동산, 주식 관련 책으로 뒤덮인 지 오래다. 소득증가가 자산가치 상승을 따르지 못하는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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